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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을 아십니꺼?- 윤병주(LH경남본부 주거복지사업단장)

  • 기사입력 : 2019-03-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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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타지에서 근무를 하다가 고향 근처로 발령을 받아서 오니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들이 많다.

    며칠 전 출장을 가다가 보니 할머니 한 분이 냇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빨랫비누로 빨래하는 모습이 우리 어머니, 할머니를 보는 듯 반가웠다. 아마도 세탁기의 빨래 솜씨가 성에 차지 않았거나 할아버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 빨랫방망이로 빨랫감에 대신 화풀이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저렇게 냇가에서 빨래를 하는 것을 보니 ‘사분’이라는 말이 퍼뜩 떠오른다. 우리 어릴 적에는 빨랫비누를 ‘사분’이라고 했다. 같이 출장 간 직장 동료에게 사분이 뭔지 아냐고 물으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서울 사람이 모르는 것은 당연하지 싶다. 옛날 군대에서 암구호가 비누였는데 경상도 출신 병사가 사분이라고 하는 바람에 총을 맞았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아무튼 사분이 프랑스어 사봉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확인할 길이 없고 우리 경상도 지방만의 고유어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요즘 경상도 젊은이들도 사분이라는 말을 아는 이가 드물 것이다. 말이라는 것이 안 쓰면 희미해지고 결국에는 잊히고 마는데, 사투리라고 무심코 지나칠 것이 아니라 우리 지방의 무형의 문화유산으로 보존해야 할 것이다.

    이맘때가 되면 어머니는 겨우내 쌓여 있던 식구들의 묵은 빨래를 하셨다. 냇가에서 빨래에 사분칠을 해서 빡빡 문대고 방망이로 탕탕 두들겨서 때를 뺐다. 마당에 길게 펼쳐진 빨랫줄에 널어서 따스한 봄볕에 말린 옷의 고슬고슬한 감촉은 얼마나 좋았던가.

    사분은 빨래뿐만 아니라 머리를 감을 때도 사용했다. 특히 동네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은 후 이발사 아재가 빨랫비누로 머리를 감겨줬는데 머리의 쇠똥을 벗겨낸답시고 신발 씻는 억센 솔로 얼마나 세게 밀었던지 눈물이 핑 돌던 아릿한 기억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곳곳에서 봄꽃 소식이 들려온다. 겨우내 움츠렸던 우리네 일상도 비누칠을 해서 때 빼고 광내어 다 함께 보들보들한 봄을 맞았으면 좋겠다. 봄이 사부작사부작 우리 곁으로 오고 있다.

    윤병주 (LH경남본부 주거복지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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