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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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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도시재생의 길을 찾다 ② 도시재생 시초 마산

‘문화예술’로 상권 심폐소생 … 사업 종료 후 ‘활력 유지’ 관건

  • 기사입력 : 2019-03-0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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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오동동 일원은 1970~1980년대 전국 7대 도시 마산의 중심에 자리하면서 경남 제일의 상권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극장과 서점, 다방, 선술집 등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가득해 거리는 인파로 북적였다. 3·15의거, 10·18부마민주항쟁, 6월항쟁의 발원지로 민주화의 성지이며, 고 이선관, 천상병 시인 등 예술인들의 활동무대로 역사·예술·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분위기가 달라진다. 마산 경제의 침체와 인근 도시의 발달로 인구가 줄고 상권이 무너져 가라앉기 시작했다. 거리는 한산해지고 점포들도 하나둘 문을 닫았다. 부림시장과 먹자골목, 선술집 등에는 남아 있는 지역민과 오랜 시간 함께해온 단골손님들로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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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재생사업 이전의 창동 골목길.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이 2007년 사회단체와 상인들의 지역 살리기 운동이었다. 여기에 지자체가 힘을 합치면서 창동을 포함한 오동동 일원 178만㎡에 도시재생사업과 각종 연계 사업이 추진돼 국비와 도비, 시비 등 각 분야 예산이 광범위하게 투입됐다. 정확한 직·간접적 투자비용은 추산이 어렵지만, 자체 사업비는 200억원 규모에다 12개 이상 협업 사업이 총 1600억원 규모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어 있던 60개 점포에 예술인들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 ‘창동예술촌’이 형성되고, 4988㎡ 규모 오동동문화광장(지하 공영주차장)과 2907㎡ 규모 부림문화광장(지하 공영주차장) 등 시설이 만들어졌다. 창동 거리에는 국내외 유명 연예인과 일반 외국인들의 이름을 새긴 보도블록길 ‘창동상상길’이 조성됐다. 골목길엔 벽화가 그려지고, ‘문신예술골목’과 같은 이름으로 새로이 꾸며졌다. ‘부림창작공예촌’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으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엮은 ‘스토리텔링’도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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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동예술촌이 조성된 이후의 모습.

    재생사업으로 인한 변화는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역민들은 분명 성과가 있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부림시장 인근에서 옷가게 점포를 운영 중인 윤모(66)씨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지역이 득을 본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사업 결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고 했다.

    이는 객관적인 데이터로 증명된다. 창원시도시재생지원센터 등에서 분석한 자료 등을 살펴보면, 오동동 일원 유동인구는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늘고 있다. 재생사업 이전의 최저유동량과 이후 최고유동량을 대비해보면 평일은 4배, 주말은 7배가량 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4년 12월 주중과 주말 평균통행량은 1408명과 1465명으로, 2018년 10월 5947명과 10635명으로 각각 늘었다. 아울러 해당 기간 내 일대 매출액은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등 결제액을 기준으로 1.5배가량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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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도시재생 효과가 지속가능할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유지·발전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벽화만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칠이 벗겨지고 색이 변하기 마련이다. 벽화 거리뿐 아니라 창동예술촌 등 조성된 환경이 지속될 만큼 자생력을 갖췄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기존 기반시설 확충 사업과 다를 바 없는 일회성 도심 정비에 그쳤다는 의견들이다.

    40여년째 부림지하상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조모(64)씨는 “이곳만 하더라도 청년상인들 점포인 청춘바보몰이 조성됐었는데, 개점 1년여 만에 모두 문을 닫았다”며 “지역에 젊은이들을 끌 만한 요소가 아직 부족하다고 본다. 한두 번 오고 말 것이 아니라 꾸준히 찾게 만들 요소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20여년째 부림상가에서 옷가게를 하는 서모(65)씨는 “지역에 반짝 사람이 몰리면 뭐하나. 나는 폐업을 준비하는데…”라며 “도시를 재생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재생의 손길이나 그 여파가 닿지 않는 곳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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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반짝 성업했던 부림지하상가 내 청춘바보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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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바보몰 개점 1년여 만에 모든 점포가 문을 닫은 모습.

    창동의 주요 상권인 ‘창동상상길’ 등 일대는 임대료가 과도하게 오르면서 기존 영세상인들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둥지 내몰림 현상)’이 일어 문제가 됐다. 그러나 현재 빈 점포가 하나둘 생겨나는 등 다시 상권이 쇠락할 우려도 없지 않다.

    창동상상길 인근 식당 상인은 “3~4곳 정도 빈 점포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라며 “주요 길목상권에 이렇게 빈 점포가 늘어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지역 한 부동산 소장은 “주요 상권의 경우 임대료 선이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크게 오르지 않았다. 일부 점포에서 임대료가 급증한 곳이 있지만 반대로 임대료를 인하한 곳도 더러 있다”며 “상권은 분명 나아졌지만 유지시키는 것이 더 힘들지 않겠나 걱정된다”고 했다.

    국가 주도 도시재생사업이 마무리된 이후 몫은 지역민들과 지자체로 돌아갔다. 상인단체들은 모처럼 찾아온 지역의 활여을 이어가기 위해 저마다 자체 사업을 기획하는 등 자생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창원시 역시 관리방안을 고민하는 등 관심을 이어갈 방침을 보였다. 마을활동가로 활약하다 창원시도시재생지원센터에 채용된 김경년 해설사팀 팀장은 “도시재생은 도시를 하나의 생명체로 다시 보는 시각을 바꾸는 일이다. 집을 만들어줬으면 잘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꾸미고 쓸고 닦는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주민과 상인, 작가들까지 모두가 어우러져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사업은 끝이 나지만 도시재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의 도시재생은 정부가 추진 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발전상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시초는 지난 2006년 ‘도시재생 R&D 테스트베드 사업’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철거와 재개발의 획일적 도시정비 방식에서 탈피하고 대안적 도시재생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기술·기법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 모델이 2011년부터 시범 사업지를 통해 실용성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 이후 2013년 약칭 ‘도시재생특별법’이 제정되는 등 제도와 법이 정비됨에 따라 전국에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는 배경이 됐다. 이에 2014년 도시재생 선도사업과 2016년 도시재생 일반사업 등을 거쳐 현재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이어졌다. 창동과 오동동 일원은 2008년 전국 최초로 도시재생민관협의체를 구성한 것을 시작으로 국토교통부의 R&D 테스트베드 사업과 도시재생 선도사업을 진행하는 등 국책발전 과정을 거치며 도시재생을 추진해왔다. 현재 도시재생 선도사업의 공정률은 95% 수준으로 올봄이면 사업을 모두 마친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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