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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인구에서 인구로 끝내기- 이경민(진해희망의집 원장)

  • 기사입력 : 2019-0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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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인구와 관련된 신조어들이 자주 눈에 띤다. ‘결포청년’은 결혼을 기피하거나 포기한 젊은층을 지칭하고, 이로 인해 청년의 미혼율은 2015년에 일본을 처음으로 앞섰다. 육아 부담에 출산을 꺼리는 ‘딩크족’은 옛말이고 출산파업에 이어 결혼파업을 말하는 ‘비혼족’이라는 신조어도 있다. 의학의 발달로 10년 새 3배로 100세 이상 인구의 증가로 ‘호모 헌드레드(백세인간)’라는 용어도 있다.

    필자는 작년 첫 성산칼럼을 ‘대한민국의 인구는 어디로?’라는 제목으로 시작했다. 오늘 1년을 마감하는 칼럼을 인구이야기로 끝낸다는 뜻에서 ‘인구에서 인구로 끝내기’라는 제목을 붙였다.

    인구학자 조영태 교수는 작년 5월 언론보도에서 “그동안 인구학자들이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과 국가의 지원 등을 이유로 합계출산율(여성 한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이 1명을 절대로 깨지지 않을 수치로 보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이 “지금의 추세로 간다면 2018년 합계출산율이 처음으로 0.9명대로 떨어지는 나라가 될 것”과 2016년 11월에는 “출생아 수가 연 30만명대로 떨어지면 결코 다시 회복하지 못할 것”을 경고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금년 1월 언론보도에 2018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이 0.9명대로서 OECD 국가(평균 1.68명) 중에 처음으로 ‘가본 적 없는 길 간다’라는 기사가 났다. 이는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어렵고” 합계출산율 1.0명 이하는 “1992년 옛 소련 해체, 1990년 독일 통일 등 체제 붕괴·급변 때나 나타난다”고 한다. 한 인구학자는 “먼 옛날 로마가 망했을 때나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마다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워 12년간 126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지만, 현재의 결과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착잡한 심정이다.

    안전사고에 대한 유명한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1931년 하인리히는 수많은 산업재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미있는 통계학적 규칙을 발견했다. 평균적으로 한 건의 커다란 대형사고가 있기 전에 29건의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300건의 잠재적 징후들이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대형사고가 발생 전에 일정기간 동안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건들의 과정을 거쳐서 최종 끔찍한 대형참사가 터진다. 큰 재앙들은 항상 사소한 것들을 무시하고 방치할 때 발생한다.

    이 말은 300여건의 사소한 징후들에 대해 예상과 경각심을 갖고 세심하게 대책을 세웠더라면 큰 참사를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코넬 대학 실험실에서 개구리 적응실험을 했다. 개구리를 비커의 뜨거운 물에 집어넣었더니 순간적으로 뛰쳐나왔다.

    그러나 다시 개구리를 처음에는 미지근한 물에 넣었다가 시간을 두고 조금씩 온도를 높여 갔더니 개구리는 끓는 물에서 편안히 죽어갔다는 실험이다.

    작은 경고에 대한 무시와 안일함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뜻이다. 지금의 초저출산의 현실은 아직 우리 국민들이 가보지 못한 초유의 변화이다. 앞의 사태에 대해 쉽게 예견할 수는 없다.

    중국의 국책기관 사회과학원은 최근 중국(출산율 1.6명)의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의 시작은 국가경제성장에 심각한 위험신호임을 경고했다. 인구대국인 중국은 2016년부터 1가구 2자녀 허용정책을 전면 실시했고, 앞으로는 아예 산아제한 정책을 폐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과 확연히 달리, 금년 초에는 유아교육기관, 학교 등과 같은 아동관련 사업들이 주변에서 점점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국가의 인구정책은 통계학적 예측에 근거하기 때문에 실제로 변화를 현장에서 체감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뜻은 우리가 현장에서 체감할 정도라면 이미 그 심각성의 도가 넘은 것은 아닌가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제는 나라를 생각할 때가 아닌가. 대한민국이 잘되기를 기도한다.

    이경민 (진해희망의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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