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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정년(停年)에 관한 여러 생각- 이문재(정치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9-0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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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停年)은 한 사람의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물론 매달 받는 월급으로 생활을 해야 하는 임금 노동자에 해당된다. 직장인의 경우 퇴직은 곧 이제껏 유지해오던 생활방식을 바꿔야 하는 ‘대전환’이다.

    서둘러 퇴직 후 생활을 준비해뒀다면, 다행이고 충격은 덜할 것이다. 연금 수령액이 넉넉하다면 걱정할 것이 좀 더 줄어든다. 하지만 막상 준비한 대로 실행을 해도 적응하기 힘든 게 은퇴자의 삶이다.

    강제당하지 않는 혼자만의 목적과 원칙은 이내 시큰둥해지고, 갑자기 쪼그라던 일상의 범위는 자존감에 상처를 입기 십상이다. 조직을 떠나 생겨난 이러한 부작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종종 있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무기력의 늪에 점차 빠져드는 게 대부분이다.

    50세도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래도 이때쯤이면 버릇 삼아 퇴직 후의 삶을 꺼낸다. 누군가는 묵묵부답, 누군가는 장황하고 자신있게 계획을 말한다. 어느 쪽도 공감하기는 쉽지가 않다. 살아온 게 다르고, 처한 상황이 같지 않은데 귀가 번쩍 뜨일 묘수가 있을 리 없다. 이때는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고민은 오롯이 혼자의 몫이다. 쉬 잠들지 않는 밤, 어쩌다 잠이 깬 새벽녘. 이때 머릿속에 은퇴를 떠올리면 그것으로 단잠은 글렀다. 해답이 없는 고민은 근거없는 기대로 방향을 틀고, 그 기대는 점차 망상으로 확대된다. 한정없이 뻗어나가다가 결국은 제풀에 사그라들고 만다. 기자의 경험으로는 이런 낭패가 앞으로 수십 번은 반복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육체근로자의 가동 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했다. ‘정년이 늘어나는 것인가’, 당장 ‘정년 연장’이 이슈가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노동가동 연령과 정년을 연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정부 또한 이러한 논란에 대해 대법원의 결정은 육체근로자가 얼마나 오랜 기간 노동을 지속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 것이지, 기업이 언제까지 근로자 고용을 보장해야 하는가는 정년과 동일하게 보기 어려운 개념이라고 해석했다.

    정부는 정년 연장보다 소득 공백기를 줄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2033년까지 65세로 연장될 예정으로, 퇴직 이후 소득 공백기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년이 지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기업을 지원해 소득 공백기를 줄이는 방안을 찾는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정년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파급력이 엄청나다. 정년을 늘리면 기업 부담도 커진다. 비용 증가를 우려해 고용을 축소할 수 있다. 실제 정년 60세 연장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청년일자리와도 관계가 있어, 세대간 일자리 다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법원이 육체근로자 가동연한을 60세로 상향한 것은 지난 1989년이지만, 60세 정년 의무화가 24년이 지나서야 적용된 것도 이 같은 이해관계가 충돌했기 때문이다.

    노동계도 정년 연장에 부정적이다. 70세 가까이 노동해야만 하는 사회가 바람직하지 않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노후복지 등 사회 안전망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각각의 입장과 주장이 난무해 정리가 필요하지만, ‘65세 정년’은 이미 모두에게 던져진 논제(論題)가 됐다. 논의의 타이밍은 조절할 수 있지만, 피할 수가 없게 됐다.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우리사회의 지혜를 기대한다.

    이문재 (정치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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