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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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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 성윤석

  • 기사입력 : 2019-0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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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게는 다 자라면 스스로 자신의 뇌를 소화시켜버린다. 어물전에선

    머리 따윈 필요 없어. 중도매인 박 씨는 견습인 내 안경을 가리키고

    나는 바다를 마시고 바다를 버리는 멍게의 입수공과 출수공을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지난 일이여. 나를 가만두지 말길. 거대한 입들이여.

    허나 지금은 조용하길. 일몰인 지금은

    좌판에 앉아 멍게를 파는 여자가 고무장갑을 벗고 저녁노을을

    손바닥에 가만히 받아보는 시간

    ☞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시꺼멓게 말라버리지 않고 물결이 출렁대고 있는 마산앞바다가 바라다보이는 어시장 거리 좌판에는 여전히 겨울 한철 별미인 ‘멍게’가 뭇사람들의 입맛을 당기며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그 어수선한 장바닥에 다사다난하게 살아왔던 삶의 이력도, 내력도 다 내려놓고 ‘뇌를 소화시켜 버린’ 멍게가 되어 다시 돌아와 선 시인이 있다. 마음의 안식처도, 피난처도 없지만 시인은 일탈(逸脫)을 위한 고무장갑을 벗어놓고 비로소 평화로움에 기대어 그저 ‘바다를 마시고 바다를 버리는’ 멍게처럼 들숨과 날숨으로 홀로서기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짭조름함과 달콤한 맛이 함께 배어 있는 시인이 문득 그리워진다. 강신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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