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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블루스 시즌4-어제, 오늘 그리고 청춘]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김참이 씨

홀린 듯 첫눈에 반했어요 이끌린 듯 가곡에 빠졌죠

  • 기사입력 : 2019-02-2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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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가 가곡(歌曲)이라는 길을 걷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누구도 의도한 적 없었고 비슷한 것조차 꿈꿔본 적 없었다. 그의 인생에 가곡은 낌새도 없이, 그렇게 왔다.

    어느 날 문득 이미 정해진 운명처럼 그 길에 섰던 열일곱 소녀는 어느덧 가곡의 명맥을 잇는 어엿한 이수자가 됐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의 이수자인 김참이(27)씨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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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이수자 김참이씨가 창원시 마산회원구 가곡전수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김참이씨 제공/

    ◆일견종정 : 첫눈에 반하다

    무형문화재 가곡은 관현악 반주에 시조 시를 노랫말로 하는 전통 음악이다. 하지만 보통 가곡이라고 하면 ‘그리운 금강산’이나 ‘선구자’ 같은 서양의 성악곡을 떠올린다. 참이씨도 그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족들과 보러 간 공연 중에 가곡이 있었어요. 저는 당연히 서양 가곡을 생각했는데 한복 차림의 사람들과 국악기가 나오더라고요. 사실 국악이라고 하면 판소리나 민요밖에 몰랐거든요.”

    그날 참이씨는 홀린 듯 가곡에 빠졌다.

    “말 그대로 첫눈에 반했다고 할까요. 우선 노래 부르는 모습이 정말 예뻤어요. 처음 들어보는 종류의 음악이라 신비로운 느낌도 들었고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 공연을 하셨던 분이 지금 제 스승이시자 무형문화재이신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이세요.”

    2018년 9월 14일. 참이 씨는 가곡에 입문한 지 9년 만에 가진 첫 독창회 제목을 첫눈에 반하다는 뜻의 ‘일견종정(一見鍾情)’으로 했다. 자신이 가곡을 시작하게 된 사연을 담은 것이다.

    “제가 선생님의 노래를 듣고 가곡에 첫눈에 반했던 것처럼 누군가 제 노래를 듣고 첫눈에 반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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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참이(왼쪽)씨가 조순자 선생과 함께 연습을 하고 있다.

    ◆음악을 권하던 부모님의 음악 반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참이 씨에게 “음악과 평생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이런 부모님의 지론 덕에 악기를 배우거나 공연을 보러 갈 기회는 많았다. 하지만 참이 씨에겐 귀찮은 과제에 불과했다.

    “초등학생 때 부모님께서 플루트, 바이올린, 피아노를 배우게 하셨어요. 합창부에도 들어갔었네요. 음악이랑 관련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관심이 없었어요. 항상 하기 싫어서 학원 빼먹고 도망다녔던 것 같아요.”

    약사, 선생님, 간호사, 경찰. 살면서 꿈이 여러 번 바뀌었어도 음악 관련한 꿈은 가져본 적이 없다.

    “음악을 전공할 줄은 꿈에도 몰랐죠. 플루트, 바이올린은 어떻게 연주하는지 기억도 안 나요. 피아노도 진짜 못 치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익힐 걸 많이 후회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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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참이씨보다 열정적으로 음악을 사랑했던 부모님은 정작 참이씨가 가곡의 길을 걷겠다 했을 때 반대를 외쳤다.

    “평생 친구하라고 했지. 누가 이걸 업으로 하라 했냐시더라고요. 보통 초등학교 3학년, 늦어도 5학년 때 시작하는 전공자들에 비해 너무 늦은 시작을 걱정하셨어요.”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어느덧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너무 간절하니까 더 긴장이 됐나 봐요. 부모님 앞에서 말을 잘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편지지 두장을 가득 채워 드렸어요. 그걸 보고선 허락해 주시더라고요.”

    ◆눈물의 2주, 2년의 성장

    혹여 너무 늦었을까 부모님이 반대했던 지난날이 무색하게도 참이씨는 가곡으로 대학을 갔다. 2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타고난 재능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손사래를 쳤다.

    “제가 하고 싶은 걸 했잖아요.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걸 아니까 조금 더 바쁘게 살았던 것 같아요. 어떤 걸 하다 보면 일정 기간에 슬럼프가 온다고 하잖아요. 저는 슬럼프가 올 시간이 없는 거예요. 할 게 너무 많아서. 남들이 7~8년 동안 이룬 걸 저는 1~2년 만에 해내야 했거든요.”

    슬럼프에 빠지진 않았다는 것이지 걸어온 길이 마냥 쉬웠다는 게 아니다.

    “방학마다 전수관에서 2주 정도의 합숙 훈련이 있었어요. 매일 노래 한 곡씩 외워서 노랠 부르면 합숙에 참여한 사람들이 서로의 노래를 평가지에 적는 거예요. 그걸 하는데 ‘얘는 나보다 어린데, 나는 왜 저걸 저렇게 못하지’ 이런 생각이 자꾸 드는 거예요.”

    늦게 시작했으니 그럴 수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은 위로가 되지 못했다.

    “스스로 용납이 안 됐나 봐요. 2주 훈련이면 2주 내내 울고, 새벽에 일어나서 엄마한테 전화하고 그랬어요. 그런데도 안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

    ◆느림과 노랫말의 미학

    첫눈에 반하고 또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헤어나오지 못하는 가곡의 매력은 단연 ‘느림’이다. 실제 가곡은 세계에서 가장 느린 음악에 속한다. 시조 시는 보통 40자에 불과한데 노래를 부르는 데 10분 정도가 걸린다.

    “가곡을 듣거나 부를 때면 차분해지고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요즘 ‘속도도 경쟁력이다’ 이런 말 있잖아요. 근데 빨리 가다 보면 주변을 둘러볼 수 없고 그러다 보면 놓치고 가는 게 많아요. 느리게 가다 보면 내 주위를 살필 수 있고 내가 어떻게 해왔나 뒤도 돌아볼 수 있게 되죠. 가곡을 하기 전엔 성격이 조금 급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많이 차분해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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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시조 문헌 해제와 가곡 악보./성승건 기자/

    ‘노랫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가곡은 세종대왕 시대의 발음법을 그대로 사용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지 않지만 사실 노랫말이 예쁜 곡이 많아요.제가 제일 처음 들은 노래이자 가장 좋아하는 ‘북두칠성’이란 곡은 사랑하는 님을 만난 누군가가 북두칠성에게 소원을 비는 내용이에요. 샛별이 뜨면 아침이 오잖아요. 사랑하는 님을 만났으니 샛별이 뜨지 않게 해달라고요.”

    ◆전통의 명맥을 잇는, 이수자

    가곡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는 게 참이씨의 꿈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가곡을 접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유치원생들을 가르쳐 보면 가곡이 느리다거나 시김새(장식음, 장식적 기교)가 낯설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편견 없이 오롯이 받아들이거든요. 나라에서 이수자라는 이름을 준 만큼 저 스스로도 어떻게 하면 전통을 올바르게 전수할 수 있는가를 많이 고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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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곡의 대중성을 위해 현대 발음의 가곡 연구도 열심이지만 모든 것은 전통을 지킬 때 가능하다. 전통의 명맥을 잇는 길은 아직도 멀다. 하지만 그 길의 끝에 선 참이씨의 모습이 쉬이 그려진다.

    “요즘 친구들은 수능성적 맞춰서 꿈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그런 친구들은 길을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근데 저는 달라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아무리 울고 힘들어도 꾸준히 발을 내딛게 될 것 같아요.”

    김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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