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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해 주세요- 송정문(경상남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기관장)

  • 기사입력 : 2019-02-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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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44-8295. 장애인이 학대를 당하거나 인권침해를 당하는 것을 알게 된 누구든 신고하는 전화번호이다. 이 전화는 내가 일하는 곳에서 늘상 울린다.

    지난해 이렇게 걸려온 전화만 700여 건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은 “그래도 이분 곁에 살고 싶어요”라는 장애인들의 말이다.

    컨테이너 박스에 살면서 옷 몇 벌과 너덜너덜한 신발, 초라하기 그지없는 음식들, 악취와 곰팡이…. 이런 대우를 받으며 강제노동까지 하고 살면서도 거기서 벗어나면 죽는 줄 알고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TV에서나 만나는 어느 먼 동네 이야기인 줄만 알았지, 우리 경남지역에서 접하게 될 일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우리는 이들이 그런 곳에서 벗어나 적어도 최소한의 사람다운 모습으로 살게 하기 위해 고소고발과 함께 여러 지원기관들을 연결해 가며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만, 정작 그런 곳에서 살아온 피해 장애인은 그곳을 떠나길 원치 않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나 아니면 누가 너를 돌봐줄 거냐? 나갈 테면 나가봐.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 이런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살면서 그렇게라도 돌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간혹 그런 곳에서 도망쳐 본 이들도 만나지만, 수중에 있던 돈 몇 푼이 다 떨어지면 굶다 굶다 결국 되돌아간 경험을 가졌기에 도움의 손길조차 두려워 거부하는 지경이었다.

    물론 이들을 설득하여 여러 기관들과의 협력 하에 안전하고 밥 굶지 않아도 되는, 작아도 깨끗한 생활을 제공하게 되면 얼굴에 웃음이 돌기도 하고 해보고 싶은 것들을 표현하는 사람들로 변화하는 모습에 감사하곤 한다.

    어쩌면, 조금만 더 일찍 이웃들이 신고해 주었더라면 이들의 삶은 좀 더 빨리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부탁드리고 싶다. 혹여나 내 이웃에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봐 주시기를. 바로 당신의 작은 관심이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씨앗이 될 수도 있기에.

    송정문 (경상남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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