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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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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30) 제24화 마법의 돌 30

“저 휴가 좀 주세요”

  • 기사입력 : 2019-02-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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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식은 서경숙을 살피면서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이정식은 서경숙이 참으로 예쁘다고 생각했다. 눈은 크고 콧날이 오뚝했다.

    “울산그룹에서도 반도체 회사를 설립하는 모양이에요.”

    서경숙은 화제를 바꾸었다.

    “울산그룹은 전자 분야가 약해. 건설이나 중공업을 잘하지.”

    “그래도 경쟁을 해야 될 거예요.”

    “기업이 경쟁을 안 할 수는 없지. 굳이 막을 생각은 없어. 우린 연구에 더욱 투자를 할 거야. 휴대폰도 생산하고… 휴대폰 시장 전망이 좋잖아?”

    “네.”

    서경숙이 얌전하게 대답했다. 서경숙은 무엇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회장님.”

    “왜?”

    “저 휴가 좀 주세요.”

    “휴가는 왜? 다음 달까지 근무하고 사직한다고 하지 않았나?”

    서경숙이 사직을 하면 다시 만날 수 없게 될 것이다.

    “기왕에 외국에 나왔는데 여행을 좀 해보려고 합니다. 동유럽 쪽을 돌아보려고 해요. 결혼하면 어려울 것 같아서요.”

    결혼하기 전에 여행이라고? 이정식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득 그녀와 함께 여행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네.”

    “그렇게 하지. 그런데 혹시 짐꾼 필요하지 않아?”

    “네?”

    “포터 말이야. 내가 아직 서경숙씨 가방을 들고 다닐 정도로 건강하기는 하거든.”

    이정식은 농담처럼 말했다. 갑자기 그녀와 여행을 하고 싶은 욕망이 간절해졌다. 아니 그녀와 데이트도 하고 연애도 하고 싶었다.

    “회장님!”

    이정식의 말에 잠시 눈을 깜박거리던 서경숙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나쁘게 생각하지 마. 나 서경숙씨 좋아하거든.”

    서경숙의 얼굴이 굳어졌다. 눈빛이 싸늘했다. 그 눈빛과 마주치자 가슴이 철렁했다.

    “서경숙씨가 노오 하면 깨끗하게 물러날게.”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정식은 침이 마르는 것 같았다.

    “좋아요.”

    서경숙이 잘라 말했다. 이정식은 반신반의했다. 그녀가 너무 쉽게 허락한다고 생각했다.

    “저는 베를린, 프라하, 잘츠부르크, 비엔나 이렇게 갈 거예요. 괜찮으세요?”

    서경숙이 말한 도시는 3개 국가에 걸쳐 있다.

    “괜찮아.”

    “동유럽만 동행하는 거예요. 끝난 뒤에는 서로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 거예요.”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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