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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미투’는 이미 변화의 물결이 되고 있다- 이경옥(경남여성단체연합 여성정책센터장)

  • 기사입력 : 2019-0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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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월 서 검사의 ‘미투’가 시작되고 지금까지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용기를 얻어 미투가 이어지고 있다. 이 중 일부는 고발, 고소를 통해 재판중이며 1, 2심의 판결이 나온 것도 있다. 미투가 과거에도 있었지만 가해자가 거물정치인에서 검사, 시인, 소설가, 교수, 연극인, 언론계, 문화계, 체육계 등등 다양한 영역에서 위계·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만연한 것이 드러났다. 이처럼 미투는 ‘미투 혁명’이라고 할 만큼 우리사회 변혁의 장이 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 170개 성폭력상담소가 진행한 상담은 20만 건에 달해 역대 최대의 건수라고 한다. 피해자가 용기를 낸 것은 다른 피해자가 ‘미투’를 했기 때문에 용기를 내었다고 말한다. 많은 피해자들은 ‘미투’를 보고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힘을 얻었고 동참했다고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연구진은 ‘가해자들도 미투 운동을 보고 가해를 멈추거나, 사과하고 싶다고 요청하거나 합의금을 주거나 보상을 물어보는 사례들도 있었다’고 하면서 이런 성찰과 예방 역시 미투 운동의 효과로 본다’고 했다. 이처럼 미투 피해자들의 용기는 다른 피해자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고 있다. 피해자들의 미투 물결은 이미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가해자는 어떠한가. 여전히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번작이 극단 전 대표의 미성년자 위력에 의한 성폭력사건의 법정 공판에 참가했다. 피고인은 위계에 의한 성폭행이 아니라면서 20년 이상 나이 차가 나는 미성년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의 변호사는 피해자의 행실을 문제 삼는 발언을 하는 것을 법정에서 볼 수 있었다. 1심에서의 판결은 2건 중 1건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적용돼 5년 선고를 받았고 다른 1건은 무죄를 선고했다. 2월 12일 2심 선고는 1건은 그대로 징역 5년 선고와 1건은 아동복지법상 성학대로 1년 징역을 선고해 일부 유죄를 인정하였다. 물론 1심보다는 진전된 판결이지만 여전히 법원의 판단은 피해자의 행동을 문제 삼는 등 성인지적 관점이 미흡해 보였다.

    ‘미투 물결’의 발화점이 됐던 안태근 전 검사장 성추행 사건도 1월 23일 1심이 선고됐다. 성추행을 저지르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는 등 직권을 남용했던 안 전 검사장은 2년 징역형을 받았다. 또 안희정 전 도지사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지난 1일, 2심에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인정돼 3년6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러한 판결들은 대법원에서 여러 판례를 통해 ‘위력의 행사와 자유의사 제압이 없더라도 무형적 권세의 존재만으로 위력이 인정 된다’고 판단한 판례들이 하급심에도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일부 가해자는 피해자를 무고로 역고소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고은 시인은 성추행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걸었는데 최영미 시인이 15일 승소했다. 피해자들에게 무고죄와 명예훼손 등으로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는 가해자들은 이제라도 반성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해야 할 것이다. 용기를 내 피해사실을 고발한 피해자와 증언자의 입을 막고 위축시키는 행위이다.

    지금 세계적으로도 그렇지만, 우리사회는 거대한 변곡점을 지나가고 있다. 피해자의 피맺힌 미투는 다른 피해자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면서 연대와 공감이 확산돼 미투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수사기관과 재판부 또한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움트고 있다. 오랜 관행으로 누적돼 온 남성지배의 착취문화가 바뀌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과거의 적폐를 계속 가져갈 것인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것인지, 낙후될 것인지.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느려 보이지만 진실은 멈추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고 승리할 것이다.

    이경옥 (경남여성단체연합 여성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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