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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고령 운전- 이문재(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9-0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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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26년생으로 93세다. 1952년 서거한 부왕 조지 6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라 재위 67년째다. 엘리자베스는 1947년 필립 애드워스와 결혼했다. 필립은 그리스 왕족으로 덴마크 한 왕가의 일원이기도 했다. 당시 필립은 영국 성공회가 아닌 정교회 신자인 데다, 나치 독일의 지지자와 결혼한 누이가 있어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조지 6세의 지지와 허락으로 결혼을 할 수 있었다.

    ▼당시 해군장교로 여왕의 마음을 사로잡은 필립공은 98세다. 그는 ‘운전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앞으로 운전대를 잡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최근 발생한 교통사고 때문으로, 왕실 별장 인근에서 맞은편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큰 피해가 난 것은 아니었지만 사고 직후 그는 ‘햇빛이 시야를 방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필립공은 사고 이틀 뒤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운전하는 모습이 포착돼 비난을 샀다. 이에 왕실은 ‘필립공이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할 것’이라는 성명서를 내기에 이르렀다.

    ▼노인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계속 늘고 있다. 통계에서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는 2014년 2만275건에서 2017년에는 2만6713건이 됐다. 지난해 1~11월 중 2만7260건이 발생했다. 이 기간 전체 교통사고 중 65세 이상 운전자의 사고는 13.7%였고, 관련 사망자는 758명이었다. 같은 기간 75세 이상 운전자의 사고는 6571건 전체 3.3%를 차지했다. 고령 운전자가 증가했으니, 이들과 관련된 사고가 늘어난 건 당연하다.

    ▼운전은 시각·청각 등의 감각 자극을 뇌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뤄진다. 고령운전자의 사고 원인으로는 노화에 따른 시력 저하, 인지 지각기능 및 운동 능력 감소 등이 꼽힌다. 대부분 60대에 접어들면 시·청각 기능이 저하돼 사고 위험이 2배가량 높아진다. 한국교통연구원 연구 결과 60세 이상부터 동체시력과 시야각이 줄어든다. 인지 및 반응속도도 급격히 감소한다. 고령자가 운전대를 놓아야 할지의 판단은 스스로의 몫이지만, 사고 발생 시 피해가 자신에 국한되지 않는 게 문제다. 나이가 들면 내려놓아야 할 게 하나둘 늘어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문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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