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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돈을 지불해도 갈 수 없는 자리- 송정문(경상남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기관장)

  • 기사입력 : 2019-02-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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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은 그리 많지 않다. 나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휴일이면 종종 영화 관람을 즐기곤 하는데,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보다는 직접 영화관에 가서 실감 나는 사운드와 커다란 화면을 통해 영화 보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영화관에 갈 때마다 속상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바로 장애인에게는 ‘좌석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관을 갈 때마다 나는 항상 “장애인 좌석은 맨 앞자리입니다” 혹은 “맨 뒷자리입니다”라는 말을 듣는다. 그 자리를 거부하면 직원과 실랑이를 벌인 뒤, 다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서야 원하는 좌석을 고를 수 있다. 영화관 통로가 경사로로 되어 있지 않고 계단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 묻고 싶다. “영화관에서 당신이 원하는 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고 싶은데, 그 자리가 비어 있어도 당신에게 그 자리를 팔 수 없다고 한다면 기분이 어떠신지”라고.

    물론 이 글을 읽는 어떤 분은 ‘뭐 그게 대수인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상에서 선택권보다는 ‘장애인용’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이용권을 사용해야 하는 나는 항상 겪는 일임에도 그때마다 마음이 상하곤 한다. 같은 돈을 지불해도 갈 수 없는 자리. 영화관뿐만이 아니다. 대다수의 공연장 또한 그러하다. 마치 같은 인간으로 살아가도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야 하는 장애인의 삶처럼 말이다.

    종종 영화 관람을 위해 좌석 이동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대기업에서 운영하면서, 영화관 통로 한쪽을 경사로로 만들면 될 텐데 그걸 안 하다니”라는 말씀을 해 주시곤 한다.

    우리나라 법률상 영화관뿐만 아니라 공연장에는 그저 장애인 좌석만 만들어놓으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곳이 설사 영화나 공연이 잘 보이지 않는 맨 구석 자리일지라도. 500석이 넘는 공연장의 맨 뒷자리일지라도.

    영화 한 편을 보는 데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삶. 이제는 거기서 벗어나고 싶다. 적어도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소망할 수 있는 꿈 아닐까.

    송정문 (경상남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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