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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23) 제24화 마법의 돌 23

‘여자들이 돈과 권력에 약한 거야’

  • 기사입력 : 2019-02-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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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식은 비서 일을 하는 서경숙에게 물었다.

    “저야 부회장님 따라가야죠.”

    서경숙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대답했다.

    “서 비서가 여기에 남겠다면 승진을 시켜줄게.”

    서경숙은 비서실에 근무하고 있지만 이미 과장 대우를 받고 있었다.

    “아니에요. 한국으로 돌아갈래요.”

    서경숙은 미국 생활에 누구보다도 잘 적응하고 있었다. 그녀는 실리콘밸리의 젊은 사람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맥주를 마실 정도로 친분을 나누는가 하면 컴퓨터와 관련된 회사 사람들과도 친분을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그러한 일을 이메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를 미국에 남게 한다면 앞선 기술을 도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림자처럼 그를 수행하는 비서여서 한국으로 데리고 돌아가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가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 것이다.

    “왜 한국으로 돌아가? 미국이 좋지 않아?”

    “저는 한국 사람이잖아요?”

    서경숙은 완강해 보였다.

    “그러면 됐고… 돌아가기 전에 며칠 여행이나 할까 하는데 서 비서는 어떻게 생각해?”

    “부회장님 다녀오세요. 사업 때문에 미국에 오실 일은 많아도 개인적으로 오시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추억을 남기시면 좋지요.”

    “서 비서는 같이 안 가?”

    “제가요?”

    “서 비서도 알잖아? 내가 영어에 서투른 거… 미국에 있어도 영어를 제대로 못하잖아? 나랑 같이 여행을 했으면 하는데… 데이트도 할 겸….”

    이정식이 농담처럼 웃으면서 말했다.

    “네.”

    서경숙이 가볍게 대답했다. 서경숙은 데이트라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정식은 기분이 묘했다.

    서경숙이 싹싹하고 예쁜 비서인 것은 맞다. 몸매도 아름답고 친절하게 잘 웃었다. 이정식은 때때로 그녀와 데이트를 하는 상상을 하다가 소스라쳐 놀라고는 했다.

    ‘내가 미쳤지.’

    이정식은 그럴 때마다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기업 회장들 중에는 예쁜 여자를 비서로 데리고 있으면서 쾌락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도 있었다. 내연의 여자를 만들기도 하고 몸을 더듬기도 했다. 여자들은 쉽게 기업회장들에게 옷을 벗었다.

    ‘여자들이 돈과 권력에 약한 거야.’

    주위에서 그런 소문이 들리면 이정식은 씁쓸했다. 자신은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런데 기이하게 서경숙이 자꾸 눈에 어른거렸다. 미국에는 아내가 몇 달에 한 번씩 다녀가고는 했다. 생리적인 욕망은 아내가 해결해주는 셈이었다. 그러나 그것과는 다르게 서경숙에 좋은 느낌이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그룹 부회장과 비서라는 관계가 더욱 뚜렷해진다.

    글:이수광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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