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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군주민수(君舟民水)- 김진호(정치부 서울취재본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02-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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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을 준비하던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는 지난달 말 불출마 선언문을 통해 탄핵의 아픔을 겪으면서 군주민수(君舟民水)를 가슴 깊이 새겼다고 밝혀 한때 잊혔던 사자성어를 되새기게 했다. 김 전 지사는 한국당을 난파선에 비유하면서 당은 배를 띄울 수 없을 정도의 민심의 바닥을, 무서움을 처절하게 경험했다고 전했다.

    ▼군주민수란 백성은 강물이며, 임금은 강물 위에 떠 있는 배라는 뜻이다. 강물이 배를 띄우기도, 배를 뒤집을 수도 있는 것처럼, 국민은 한 나라의 지도자를 세울 수도 물러나게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기원전인 중국 고대에서부터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된다. 국민이 화가 나서 배를 뒤집은 사례는 동서고금에 넘치겠지만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국민들이 광화문 촛불집회를 통해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것도 한 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이후 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이 알고 있었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하자 “탄핵 세력이 감히 ‘촛불혁명 대통령’에 대선 불복하느냐”고 반격했다. 이 발언으로 ‘대선 불복’ 프레임은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네티즌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제왕권시대 사고’, ‘촛불정신을 팔아먹는다’는 표현도 있었다. 누구를 대통령 만들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는 것은 촛불정신에 대한 모독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면서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사건과 의혹들이 잇따르고 있다. 법원이 1심이긴 하지만 대선 불법 여론조작을 인정한 데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의 구속, 일부 여당 의원의 일탈, 대통령 장녀 일가의 해외이주 등이다. 대통령이 청와대 등에 의혹이 있다면 해명하고 해소시키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우리는 대통령이 국민들의 뜻으로 당선됐지만 국민들에 의해 물러나는 것을 목격했다. 대통령이 현 상황을 위태롭다고 여겨야 하는 이유다.

    김진호 정치부 서울취재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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