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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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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맡겨둔 커피- 김강(버스텀이노르 대표)

  • 기사입력 : 2019-02-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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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텀이노르’라는 커피와 의류를 제공하는 복합공간을 운영한 지 3년째다. 이 글은 우리 가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얼마를 벌었냐는 등 참으로 경제인들이 쓸 만한 글은 아니다. 옳은 표현인지 모르지만 이 글은 ‘사회적 경제인’으로서 쓰는, 지난해 말부터 우리 가게에서 시작된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경제인’으로서 나와 직원들과 어떤 활동을 했는지 줄줄이 자랑하는 글을 쓰고 싶지도 않다.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 운동’. 직역하면 ‘맡겨둔 커피 운동’ 정도로 해석이 된다. 실제 이 캠페인의 방법도 누군가를 위해 내가 커피 한 잔 값을 더 계산하고 가게에 남은 한 잔을 맡겨두면 누군가가 대신해서 공짜로 그 커피를 마시는 것이기에 간단히 ‘맡겨둔 커피 운동’이라고 보면 되겠다.

    서스펜디드 커피의 시작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노숙자들이나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커피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실제 내가 서스펜디드 커피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됐던 때도 경제가 무너져버린 그리스에서 이 운동이 시작됐을 때이다. 누구 하나 시킨 적 없지만 ‘다들 힘든 시기’에 집 밖에 나올 여유도 없는 사람들에게 커피 한 잔의 위로가 되자고 하는 마음으로 그리스의 카페들이 이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을 버스텀이노르에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경제가 어렵다’는 말이 우리사회에서 너무 흔해진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실제 이후 단 한 해도 우리 입에서 ‘올해 경기가 좋아서’라는 문구를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실질 경제지표에 상관없이 경남도 매년 ‘올해는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라는 말을 피할 수 없었다. 때문에 지역사회를 위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더해지던 시기였다.

    버스텀이노르의 서스펜디드 커피운동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작됐다. 한 달 만에 15명에 달하는 고객들이 커피를 맡겼고, 3명이 맡겨둔 커피를 마셨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동네 주민들이 기부한 이 소중한 커피 가격만큼의 금액을 공신력 있는 재단과 종합복지관을 통해 기부를 하고 기부내역과 기부금액에 대한 투명한 공개도 할 생각이다.

    버스텀이노르의 제1의 가치나 지향점은 ‘돈’이 아니다. 오픈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치 않고 우리가 가장 중요히 여기는 가치는 ‘사람’이며, 이 가치는 매장에 상주하는 ‘사람’과 매장을 찾는 ‘사람’을 아우른다.

    우리가 아무리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아무리 멋진 옷을 만들며 아무리 멋진 공간을 제공한다고 해도, 그것들을 기꺼이 소비해주는 주민들이 없다면 사업에서 매출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업주로서 나는 고객들에게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음이 당연하다. 그리고 그 감사한 마음은 고객들에게 더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매일 연구한다.

    그 토대 위에서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을 이제 막 시작했다. 다른 것은 바라지 않는다. 고객들이 하나 더 사둔 커피로부터 주변을 생각하는 마음이 온 동네에 퍼지고 ‘경남’이라는 지역사회 전역에 그 온기가 번지는 것. 그것이 ‘맡겨둔 커피 운동’의 귀결이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김 강 (버스텀이노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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