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8월 2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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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듯 먹었다, 약되는 줄 알고…

■ 노인 투약의 중요성
하루에 수십 알, 밥처럼 먹는 약
지나치면 毒이라는데…

  • 기사입력 : 2019-02-1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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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매우 잘못 알고 있는 것들 중 하나가 약은 우리 몸에 좋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병의원에 가면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당연히 처방을 받아 약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단히 잘못 학습되어온 오래된 고정관념이다. 의사가 경우에 따라서 아무런 약도 처방하지 않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처방법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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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약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모든 약은 건강에 이로움을 주는 작용과 해로움을 주는 부작용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수일 전 나이 어린 여중생이 독감의 특효약인 타미플루 복용 후 부작용의 하나인 섬망상태로 추락사한 사건은 우리를 놀라게 했다. 약의 부작용은 인식하지 못하는 가벼운 부작용부터 치명적인 부작용까지 그 양태는 실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광고를 많이 해 인지도가 높은 약이거나 우리가 흔히 접하는 비타민 제품, 각종 매스컴에 홍수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건강보조식품들도 반드시 우리 몸에 좋은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약과 병원의 숭배로부터 해방을 부르짖고 있는 미국의 양심을 대표하는 의사 멘델존 박사는 일갈하기를 “의사, 병원, 약, 의료기 등 현대의학을 구성하고 있는 90%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현대인의 건강상태는 더 좋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또 “의사가 의료행위의 90%를 그만두고 응급을 요하는 구급의료에만 힘쓴다면, 우리의 건강상태는 틀림없이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너무 극단적이고 과장된 표현이라고 사료되나 곰곰이 음미해볼 만하다.

    ▲약은 기본적으로 독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100명의 명의를 지니고 태어난다.’ 이 말은 고대 그리스의 의성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말이다. ‘100명의 명의’란 다름 아닌 자연적인 치유력을 말하고 있다.

    약은 기본적으로 독이다. 예컨대 열이 나는 환자에게 ‘해열제’를 투여하면 뇌의 발열중추가 마비돼 열이 내려간다. 이 독에 반응하는 것은 뇌만이 아니다. 위점막에는 구토, 장에는 설사, 간, 신장 등 전신의 각 장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약을 제약회사는 이로운 효과만을 주장하고 부작용은 가능한 한 은폐하려 든다.

    두통약을 손에 놓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두통을 느낄 때마다 두통약에 고마워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통의 원흉이 바로 두통약이다. 정기적으로 엄습해오는 두통은 약기운이 떨어진 금단증상이다. 두통약을 먹으면 개운해지고 두통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고혈압의 기준치는 일정하지 않다

    고혈압의 진단 기준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2000년 일본의 고혈압 진단 기준은 최대혈압이 180㎜Hg 이상을 의미했다. 그러던 2003년 고혈압 학회에서 160㎜Hg로 내리더니, 2004년에 140㎜Hg로 내려가고, 2008년에는 무려 120㎜Hg까지 내려갔다, 불과 8년 사이에 60㎜Hg이나 고혈압 기준이 내려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은 혈압약이다. 60세 이상의 노인 중 3분의 2가량이 복용 중이다.

    희연병원의 노인들 중 60%가량은 복용하던 혈압약을 끊고 있다. 그 이유는 약을 끊고 10일간 하루 4번을 같은 시간에 측정한 혈압이 평균 150㎜Hg 이하일 경우는 혈압약을 끊고 있다. 혈압약을 끊은 노인은 우선 입맛이 좋아져 식사량이 늘고 몸놀림이 활발해진다.

    희연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박동현 명예원장은 “3년 전 무려 18종류의 약을 처방받아 투약 중인 87세의 할머니는 처음 진찰 당시 안구진탕 상태로 의사와 눈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말도 잘 못하셨다. 환자의 보호자에 올바른 투약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 수일이 걸렸다. 이후 너무 과하다고 생각되는 약 중 10여 종을 줄여가자 환자는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은 거의 모든 약을 끊고, 치매약과 유산균 제제 두 가지만을 투약하고 있다. 환자는 현재 식욕이 좋아지고, 말씀도 잘하시고, 운동도 열심히 하신다”고 말했다.

    ▲고령에서 투약의 원칙

    76% 이상의 노인들에게 적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정된 약물들이 투약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고령의 노인들은 대부분의 약물들을 신진대사하고 배설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성찰 없이 처방되는 항혈전제나 지혈제, 소염진통제, 항히스타민제, 기침약, 항우울제, 수면제 등은 노인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신장이 망가져 신장투석이 불가피하게 된 노인 환자의 40%가량이 감기약과 소염진통제의 다량, 장기투약과 다종류 투약의 부작용으로 인한 사실도 밝혀졌다.

    고령의 노인은 생리의학적으로 결코 성인이라고 볼 수 없다. 2~3세의 유아보다도 더 연약한 존재다. 노화에 따른 신장과 간기능 저하 및 신체조성의 변화 등으로 약물의 투여용량, 투여방법 등을 보다 신중해야 한다. 성인에 비해 약물에 대한 생리적인 반응을 예측하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고령에서 불가피한 투약은 ‘필요의 최소량과 최단기간’이라는 대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많은 종류의 약을 처방받은 노인은 곧이어 혈압강하제, 순환개선제, 수면제, 항우울제, 위장약, 변비약, 더 많은 진통제 등의 악순환이 사망할 때까지 계속된다. 박동현 명예원장은 “이런 환자를 구하는 방법은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불가결한 한두 종류의 약을 제외한 모든 약을 중단하는 일이다. 가능한 한 많은 종류의 투약을 중단하고, 6~8주간만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은 며칠간의 고통만 참으면 우선 식욕이 몰라보게 좋아지고 기운이 나 산책을 할 수 있게 된다. 점차 혈류가 개선되고 뼈와 관절에 더 이상의 급변하는 변형이 없이 늙어감에 순응하고 적응해 곱게 늙어 품위 있는 죽음(well-dying)을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희 기자

    도움말= 희연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박동현 명예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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