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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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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류경일

  • 기사입력 : 2019-02-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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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와 함께 벌레 먹은 콩을 고른다

    가끔 손을 빠져나간 콩들이

    식탁 밑으로 떨어져

    마룻바닥을 뛰어간다













    아무렇게나 뛰는 것 같은데

    콩은

    한 걸음을 뛰는데도

    자기 이름을 건다

    ☞ 마룻바닥을 콩콩콩 굴러가는 콩들이 눈에 보일 것 같은 시다. 콩이 ‘콩콩’ 굴러가는 것을 보고도 왜 나는 자기 이름을 건다고 생각을 못했을까. 시인의 세심한 관찰력과 따듯한 감성이 작은 콩 한 알에게도 삶의 방식을 배우게 한다. 그러고 보면 개구리도 개굴개굴 제 이름을 외치며 울고 귀뚜라미도 귀뚤귀뚤, 뻐꾸기도 뻐꾹뻐꾹. 제 이름을 거는 생명들이 얼마나 많은가. 시인은 ‘아이와 어른, 사람과 자연의 벽을 허무는 데 조그만 보탬이 되기 위해 콩의 한 걸음처럼 작품 하나하나에 내 이름을 걸어야겠다’고 말한다. 설 명절을 보내고 이제 정말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은 2월이다. 우리 삶의 한 걸음 한 걸음에 우리의 이름을 걸 수 있도록 다시금 마음을 다져본다.

    장진화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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