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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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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16) 제24화 마법의 돌 16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 기사입력 : 2019-0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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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식은 속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정국은 이미 대통령선거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각 정당에서 선거자금까지 비밀리에 요구하고 있었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이정식은 깜짝 놀라는 시늉을 했다.

    “그래서 말씀인데 대통령께서 은퇴를 하시면 노후 자금이 필요해요.”

    “노후자금이요? 국가에서 연금이 나오지 않습니까?”

    이정식은 어리둥절했다. 대통령이 물러나는데 왜 돈이 필요한가. 경호실장의 말을 납득할 수 없었다.

    “우리 각하가 누구입니까? 그까짓 푼돈으로 한 끼 밥이나 먹을 수 있습니까? 삼일그룹에서 협조 좀 해주시지요.”

    경호실장이 이정식을 뚫어질 듯이 쏘아보았다. 마치 맡겨놓은 물건이라도 내놓으라는 듯이 위압적인 태도다.

    “당연히 협조해 드려야지요. 얼마나…?”

    이정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큰 거 한 장… 울산그룹에서도 100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정식은 얼굴을 찡그렸다. 단위가 의외로 크다. 하기야 큰 건이 아닌데 경호실장이 직접 나올 리가 없다.

    “그럼 저희는 150을 하겠습니다.”

    “150이요? 좋습니다. 역시 화통하십니다. 핫핫핫!”

    경호실장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울산그룹이 100억을 낸다면 삼일그룹은 150억을 내야 한다. 이재영 회장이 항상 말했다. 100을 원하면 1000을 주라고. 이정식은 입맛이 썼다. 집에 돌아가서 이재영 회장과 상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젠장. 지난번에도 15억을 강탈하더니.’

    경호실장은 재단을 만든다고 기업들로부터 300억원을 거두었다. 삼일그룹은 15억원을 냈다. 대통령이 물러날 때가 되자 돈을 긁어 모으려고 혈안이 되고 있었다. 재단을 설립하여 대통령이 상왕정치를 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데 맞는 것 같았다.

    ‘이런 자들은 반드시 천벌을 받아야 돼.’

    대통령이 비자금을 1조원까지 모으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이정식은 자정이 지날 때까지 술을 마시고 헤어졌으나 불쾌했다.

    ‘정권이 바뀌면 그냥 있지 않을 것이다.’

    집에 돌아오자 이재영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이정식은 이튿날 아침이 되자 정원에서 휠체어에 앉아 신문을 보는 이재영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했다.

    “아버지.”

    “응. 늦게 들어왔냐?”

    이재영이 신문을 접었다. 이정식은 경호실장을 만난 이야기를 했다.

    “이놈들이 도둑놈들 아니냐? 이런 놈들이 세상에 어디 있어?”

    이재영이 어이없는 일이라는 듯이 화를 냈다.

    “아버지, 울산그룹에서 100억을 낸다고 해서 우리는 150억을 내겠다고 했습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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