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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우리나라 여행] 전남 순천

선암사 풍경 너머엔 해탈이 있을까

  • 기사입력 : 2019-01-3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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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고종의 총본산인 순천의 선암사.


    어쩌다 보니 또 움직였다. 한 달에 한 번씩 글을 쓰기 위해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 일정이 생긴다. 2018년 마지막 여행. 이번에는 기차다.

    ◆남도 해양 열차 S트레인= 부산에서 출발해 보성에 이르는 열차. 남해안을 따라 달리는 남도 해양 열차 S트레인이다. 여러 채널을 통한 홍보는 많이 봤다. 타보는 건 처음인데 철로 위로 들어오는 외형이 독특하다. 코레일 홈페이지 설명은 거북선 열차라고 한다.

    기차에 오르면 객실별로 특징이 나뉜다. 1호 차는 일반 기차용 의자가 있다. 거기에 창을 향해 나란히 놓인 2개의 좌석이 특징이다. 2호 차 역시 일반 좌석이 있고, 고정형 테이블이 놓인 가족석이 있다. 3호 차는 카페실로 식당석, 커플석이 있다. 4호실에는 기본석과 다례를 위한 좌식석이 있다. 마지막 5호실에는 일반석과 자전거 거치대가 있다. 신기한 마음에 내부를 둘러보니 실망스럽다. 다례실이니 이벤트실이니 카페실 등 명칭만 그럴싸하고 그냥 방치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운영하는 시간이 따로 있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2배 정도 하는 푯값에 비하면 그다지. 한 번 정도는 타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나, 권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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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 것도 없는 내부를 보고 자리에 와서 잤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깨니 이번 목적지 순천이다. 그냥 오다 보니 순천이다. 딱히 계획도 없이 무턱대고 온 거라서 막막하다. 바람은 차고 오랜만에 보는 순천역 앞은 그대로다. 순천만 습지로 향하기엔 너무 춥고 송광사는 더 춥고 멀리 가기도 귀찮고 이래저래 시내에 있는 드라마 세트장으로 향했다.

    ◆드라마 세트장= 별다른 의미는 없다. 어쩌다 보니 매년 꼭 1번씩은 오고 있는 장소인데 사실 시간을 때운다는 의미가 더 크다. 처음 왔을 때는 허름한 세트장이었는데 페이스북과 내일로가 결합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 덕인지 갈수록 시설이 바뀌는 걸 보는 게 의외로 쏠쏠하다. 진입로가 정비되고, 주차장이 생기고, 캐비닛이 생기더니 이젠 겉에만 그럴싸하던 건물 내부에 관광객을 위한 상점들이 생겨 있다. 즉석사진관, 막걸리를 파는 주점, 의상대여실 등등.

    이 추운 날씨에도 웃고 사진 찍으며 다니는 어른들이 많다. 주점에서 어묵 몇 개만 먹고 달동네 세트장으로 올랐다. 바닥의 모래가 바람에 날리며 쓰러져가는 슬레이트 지붕을 두드린다. 사진동호회에서 단체 출사를 나왔는지 대포 카메라로 서로를 찍어주시느라 여념이 없다. 길을 다 막고 본인들의 작품활동에 열중하시니 샛길로 피해가자. 동네의 꼭대기. 교회 건물에 다다랐다. 붉게 물들어 버린 철골 십자가와 황량한 바람이 그럴싸하다. 잠깐의 침묵을 밀어내고 셔터 소리가 몰려온다. 돌아서 내려가는 길로 접어들자 새로 지은 건물이 보인다. 시골 성당 느낌을 낸 거 같은데. 멀찍이 혼자 서있는 건물이 묘하다. 사진 촬영을 위한 건물인지 주변과 동떨어져 튄다. 혼자만의 다른 그림 찾기를 마치고 세트장을 나섰다.

    ◆여행지 정하기= 하늘이 맑은데도 바람과 추위의 강맹함에 태양의 온기를 느낄 수 없다. 카페로 피하자. 아메리카노에 티라미수 하나 시키고 앉아서 언 몸을 녹인다. 일단 오늘은 이러고 있다가 근처에 숙소를 잡고 자야겠다. 내일이 문제인데. 내일은 뭘 하나. 늦잠을 자고 체크아웃에 맞춰서 움직이자. 송광사를 갈까? 선암사를 갈까? 두 곳을 다 가면 좋겠지만 그럼 너무 빠듯할 듯하니 한 곳만 가자. 조계산에 있는 각기 다른 느낌의 두 사찰. 삼보 사찰 중 하나로 승보사찰인 송광사. 태고종의 총본산인 선암사. 선암사가 고즈넉하고 소담하다면 송광사는 엄숙하며 웅장하다. 조금이라도 가까운 선암사로 가자. 결국, 거리가 제일 중요하다. 교통편이랑.

    ◆선암사로 가는 길= 숙소에서 길을 나선다. 버스를 타면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다. 그냥 택시를 잡아탔다. 시내를 벗어나서 산과 논, 밭을 가로지르는 길을 달린다. 좁을 길을 달리고 굽이치는 커브를 돌고 돌아 선암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오늘은 운이 좋다. 넓은 주차장을 가득 메우는 관광버스가 없다. 조용한 일정을 소화할 수 있겠다.

    본격적인 길을 나서기 전에 주차장 옆 식당에서 늦은 밥을 먹는다. 산채정식이 맛있다는 후기가 많아서 들어선 식당. 다양한 음식에 무난한 맛이다. 선암사로 향하는 길. 제법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대부분 사찰로 들어서는 길이 그러하듯이 나무는 빼곡하며 냇물은 청명하다. 좌측에 흐르는 내에는 이끼가 그득히 피었다. 이 추위에도 바위 위, 수풀 위를 가리지 않고 짙은 옥빛을 낸다. 그 아래로 얼음이 그 아래선 쉴 새 없이 물이 흘러 퍼진다. 듬성듬성 보이는 사람들과 함께 냇물을 거슬러 오른다.

    초입을 지나자 아담한 목장승이 있던 곳에 돌기둥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해악스런 표정의 장승은 어디로 가버린 건지. 반질반질 윤이 나는 새로운 기둥만 멀거니 서 있다.

    낯선 돌을 뒤로하고 걸어 들어간다. 앞에 거목이 보이고 길이 넓어진다. 비석거리탑이다. 이제 반을 왔다. 다시 좁아지는 길을 따라 오르자 갈림길과 표지판이 나온다. 우측에 전통야생차체험관이 있다. 선암사를 둘러보고 들러서 차를 한잔할 예정이다. 일단은 선암사로. 갈림길을 지나자 승선교가 나온다.
    메인이미지선암사 전통차체험관으로 가는 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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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사 전통차체험관.

    ◆승선교·강선루= 뒷간과 함께 선암사를 대표하는 풍경. 승선교 너머로 보이는 강선루. 사진으로 유명한 장면을 찍으려면 길을 내려가야 가능할 듯하다. 정식 계단 따위는 없다. 그냥 사람들이 내려간 흔적은 곳곳에 보이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강선루를 넘어 오르자 이끼가 더 풍성해진다. 우측에 삼인당이 보인다. 안에 섬을 만들어둔 독특한 형식의 연못이다. 선암사는 곳곳에 물이 참 많은 절이다.

    독특한 형태와 특징을 가진 사찰로 매력적이다. 삼인당을 지나 대나무 울타리를 따라 길을 오른다. 길옆에 난 수로에선 물이 흐르고 울타리 너머엔 차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스님들께서 울력으로 재배하시는 건가? 단정히 정리된 차나무와 대나무, 돌로 만든 울타리. 작은 수로 위로 새들의 울음이 어우러진다.

    ◆선암사 일주문= 차밭을 지나자 일주문이 나온다. 맑은 하늘에 구름이 길게 나부끼니 필묵으로 난을 친 듯 고아하다. 산사의 기와가 아듬히 받치는 거리를 걷자 선암사의 뒷간이 나온다. 선암사의 명물은 많다. 지나온 승선교와 삼인당, 선암매 등이 유명한데 그 못지않은 것이 바로 이 해우소(뒷간)이다. 상당히 열려 있는 공간이다. 실제로 궁금해서 들어가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 일을 보는 이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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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사 일주문.


    뒷간을 지나 좌우에 연못이 있다. 그 위를 수양벚꽃이 늘어져 있다. 봄에는 선암매와 함께 산사를 화려하게 채운다. 안타깝지만 지금은 겨울. 연못은 얼어붙었고 수양은 힘없이 그 줄기를 늘어뜨리고만 있다. 겨울의 황량함이 드는 길과 전각을 지난다. 전각을 돌아 절을 빠져나온다. 사찰 옆에 작은 샛길이 있다. 이 길을 통해 전통차체험관으로 갈 수 있다. 올라온 길이 아니라 산을 가로질러서 가는 길이다. 작은 다리를 건너자 빼곡히 자란 나무와 풀뿐이다. 그 사이로 먼저 간 흔적이 모여 만든 길. 하늘을 다 가릴 듯 솟은 나무들과 산길은 멋진 풍광이다. 카메라를 챙겨왔어야 했다. 이걸 생각을 못 하다니.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찍어도 아쉬움이 남는다. 짧은 산길을 뒤로하고 전통차 체험관이 나온다. 멋들어진 한옥에서 다례체험을 할 수 있다. 언 몸도 녹이고 차도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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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사 연못과 수양벚꽃나무.

    다례체험을 신청하니 직원분이 다기와 물을 가져오셨다. 차에 대한 설명과 마시는 법을 듣고 마시기 시작했다. 따뜻한 실내와 차가 들어오니 몸이 나른하다. 여름에는 창을 다 열어서 경치가 좋다고 한다. 온 김에 다기나 차를 구매할까 싶어서 둘러보았지만, 다음을 기약하자.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짧다. 올라온 길을 돌아 내려가도 여전히 하늘과 냇물은 그대로다.

    메인이미지△ 김영훈
    △ 1991년 창원 출생
    △ 창원대 세무학과 졸업
    △ 산책·음악·사진을 좋아하는 취업 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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