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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쌤’과 ‘꼰대’-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19-0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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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손자 같은 초등학생이 “할아버지, 엄마가 우리 아파트에 ‘쌤’이 2명, ‘꼰대’가 4명이 계신다는데 꼰대가 뭐예요?” 하고 묻길래, 나도 정확하게 몰라서 꼰대는 할아버지일 것이라고 대답을 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꼰대’는 은어로서 ‘깐깐한 어른 또는 늙은 사람을 비하해서 하는 말’이라고 한다. 꼰대라는 말은 아이의 엄마가 같은 아파트 동에 사는 퇴직한 교장선생님 네 분을 지칭해서 하는 말 같았다.

    모든 교육의 기본은 가정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부모의 가정교육이 제일 중요한데 스승, ~선생님 등 존경스런 호칭이 많은데, ‘쌤, 꼰대’ 같은 속어나 비어를 어린이들 앞에서 거리낌 없이 하는 부모들 때문에 학생들조차 선생님을 비하하고 예사롭게 욕설과 폭행하는 시대가 됐다. 필자도 ‘꼰대, 쌤’으로서 한평생 교직에 봉사했는데, 존경을 못 받을망정 꼰대라는 시정잡배들이 쓰는 비하된 말을 듣고 허망한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서울시교육감이 조직문화의 혁신 방안을 발표했는데 선생님을 쌤, 교장선생님을 교장 쌤, 교장님이라 부르고 권위주의적 조직문화를 없애기 위해 호칭과 복장 등을 파격적으로 바꾸겠다는 기사와 방송을 보고, 설마 하는 생각에 한 번 더 되뇌어 보았다. 획일적인 복장이나 언어가 사고까지 경직시킨다고 옷차림도 정장이 아닌 점퍼나 청바지 같은 캐주얼을 기본 옷차림으로 하고, 여름에는 반바지나 샌들 등도 허용하겠다는 방안을 보고 너무 앞서 가는 것 같았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대부분 조직 속에서 생활한다. 같은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말과 행동이 조직문화인데, 이 조직문화는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상황에 따라 나타난다. 예를 들어 군대라고 해서 수직적 문화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수평적 문화도 있듯이, 교육계라고 해서 수평적 조직문화가 다 옳은 것은 아니다. 교육행정이나 전문직의 특성에 따라 수직이나 수평적 문화가 공존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교육계는 기업체나 여타 행정기관과는 달리 수평적 조직문화가 확산돼 있지만 일부에서는 경직된 수직문화가 존재한다. 교직은 대상이 미성숙된 학생들이기 때문에 호칭이나 복장 같은 문화는 사표가 되고, 항상 학생들을 의식해야 할 것이다. 선생님이 미니스커트나 찢어져 허벅지가 드러난 청바지, 종아리 털이 보이는 반바지를 입고 학생 앞에 선다는 것을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조직 문화는 자연스럽게 형성돼야지, 교육부나 교육감 등 높은 사람의 지시나 간섭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으로 오히려 역효과가 우려된다.

    허만복 (경남교육삼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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