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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이번 설에는 이렇게 하련다- 이문재(정치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9-0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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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에게 결혼과 취업은 점점 금기어(禁忌語)가 되고 있다. 명절에나 한 번씩 보는 어린 가족에게 덕담이랍시고 어설프게 내뱉었다간 ‘눈치 없는 인간’ 내지는 ‘감(感) 떨어진 꼰대’로 낙인찍히기 딱이다. 누군 결혼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놀고 먹자고 취업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결혼과 취업에 맞닥뜨린 조카들에게 의식적으로 질문을 피한다. 해결해 줄 방도도 없으면서, 어쩌겠다는 건가 싶다. 정작 미래가 불안하고 답답한 것은 본인들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고용 창출력이 글로벌 금융위기 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용 탄성치’가 0.136에 그쳤다. 고용 탄성치는 취업자 증가율을 실질 GDP 증가율로 나눈 값으로, 경제 성장이 얼마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가 하는 지표다. 고용 탄성치가 크면 경제 성장에 비해 취업자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반대면 성장에 견줘 취업자가 좀처럼 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용 탄성치가 낮아진 것은 산업은 성장하지만, 일자리가 별로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보다 일자리 증가가 둔하게 움직이는 것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관련 있다. 반도체나 장치산업 등 사람을 적게 쓰는 산업이 성장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고용에 관해 최근 창원지역 국회의원과 경남신문이 함께 개최한 경남경제살리기 대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정성기 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의 발언에 주목한다. 정 교수는 IMF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보수·진보정권의 반복된 부실 일자리 정책을 꼬집었다. 그는 김영삼 정부에서 외환위기·구제금융을 빌미로 노동시장 자유화·유연화로 겪지 않아도 될 ‘정리해고’를 도입해 고용 참사를 맞았다고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일자리 문제가 최대 과제로 부상했지만, 정보와 정책이 부실했고 고용없는 성장·수출로 양극화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성장 드라이브 정책을 공약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로 성장 거품이 붕괴됐고, 비정규직과 파견근로 등 노동문제 누적으로 성장·고용이 동반 부진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성장 대신 고용률 제고를 국정지표로 정했지만, 단기 일자리에 급급하면서 ‘성장 없는 고용’의 실패를 거뒀다고 했다.

    그럼 문재인 정부는 어떨까. 정 교수는 ‘사람 중심’을 국정 기조로 IMF 이후 최초로 양극화와 노동문제에 대응하고는 있지만, 심한 부작용을 예상치 못한 준비되지 않은 정책으로 말미암아 혼선을 빚고 있다고 분석했다. 종합해 보면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거의 모든 정권에서 ‘소프트 파워’가 너무도 빈약한 가운데 과신(過信)과 자만(自慢)이 반복되면서 산업과 일자리 위기 심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기성세대들의 반성점도 여기다. 매 정부마다 단기적인 성과에, 또는 근시안적 경제정책에 매몰돼 후세들의 설 자리를 좁게 만들었다. 아직도 협곡에 갖힌 채, ‘이번에는 확실하다. 믿고 따르라’고 하고 있지는 않은가.

    정 교수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자리 관련 재정 정책 전면 혁신과, 일자리 정책과 산업정책을 통합한 형태의 경제정책을 제시했다. 우리 사회에 던져진 또 다른 과제이기도 하지만, 부실의 반복을 방지할 수만 있다면 어렵더라도 풀어가야 할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러기 이전. 이번 설에는 결혼과 취업을 앞둔 조카에게 이렇게 하려고 한다. 그냥 웃는 낯으로, 건강하고 밝게 지내라고.

    이문재 (정치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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