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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13) 제24화 마법의 돌 ⑬

“아버지, 고맙습니다”

  • 기사입력 : 2019-01-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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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연구에 30억을 쏟아붓는 것은 중대한 일이다. 삼일그룹은 그동안 중공업보다 소비재 생산에 주력해 왔다. 나라의 기간산업에 투자하지 않고 소비재만 생산한다고 장사꾼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한 삼일그룹이 반도체에 30억을 쏟아붓는다면 재계는 물론 국민들도 비난할 것이다. 국민들은 삼일이 자동차나 석유, 선박, 철강 등 중공업에 투자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이재영은 반도체에 대해서 주저하고 있었다. 80년대의 기업 환경에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는 예측하고 있었다. 그는 일본을 자주 오가면서 일본 경제인들과 교분을 나누었다. 그는 선진국인 일본을 따라가기만 해도 성공한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30억? 그렇게 많이?”

    30억을 연구소에 쏟아붓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구소에 30억원이 들어가면 공장건설에는 수천억원이 들어갈 것이다.

    “예.”

    “컴퓨터는 생산하지 않을 작정이야?”

    삼일전자에서는 텔레비전, 전축 등 다양한 전자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컴퓨터에 대해서도 선진국의 동향을 살피고 있었다. 조만간 컴퓨터가 생활 필수품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었다.

    “컴퓨터도 생산해야죠.”

    “반도체가 컴퓨터보다 중요해?”

    “두 개를 다 해야 합니다. 어느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좋다. 한번 해봐라.”

    이재영이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1982년 삼일그룹은 30억원을 들여 삼일반도체 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러자 정부와 경제계에서 일제히 반대했다.

    ‘반도체처럼 불확실한 사업에 수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낭비다. 반도체가 실패하면 국민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에 삼일은 재고하라. 선진국의 초일류 기업들도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왜 무모한 짓을 하는가?’

    경제학자들이 주장했다. 이재영은 고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정식은 그들에게 흔들리면 안 된다고 이재영을 설득했다.

    “삼일이 반도체 때문에 망하지 않을 것이다.”

    이정식은 성명서를 내고 반도체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기자들과 인터뷰도 하고 잡지에 기고문도 냈다.

    1983년 2월 이재영은 반도체 사업을 계속 한다는 선언을 했다.

    “삼일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반도체 사업을 한다.”

    이재영의 선언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이정식은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재영은 결심을 굳히자 본격적인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이정식을 삼일반도체 사장에 임명하고 삼일그룹 부회장에 임명했다. 이정식은 그룹의 모든 업무에서 손을 떼고 반도체만 전념하게 되었다. 이정식은 미국과 일본을 왕래하면서 기술을 도입하고 연구원들을 스카우트하기 시작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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