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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우리 동네- 김연동(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9-0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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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우리 동네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생김새도 성격도 제각각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개성 있는 삶을 누리고자 한다. 그래서 각기 다른 동네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고 결속시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 중심에 세울 온갖 풍상을 다 겪은 경험과 도량이 넓은 지도자를 찾았다.

    그들이 찾아 나선 사람은 다름 아닌 건강한 노인이 아니었을까. “집안에 노인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갖다 놓으라”는 그리스 속담이 생각난다. 우리 동네에는 노인이 자꾸 늘어나는데도 노인 같은 대접을 받는다고 여기는 사람이 드문 것 같다. 정현종 시인은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고 그의 시 <방문객>에 썼다. 실로 노인은 오래 살아 어마어마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다. 노인이 많은 우리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그 능력과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점점 소외되고 있는 것 같다.

    정초에 100세 노인이 나타나서 많은 시청자의 눈을 의심하게 했다. 어쩌면 저렇게 정정할 수 있을까? 저렇게 건강하고 맑을 수가 있을까? 반문하며 귀와 눈을 의심하기도 했다. 근대와 현대를 두루 살아오신 철학자 김형석 교수였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100세 시대가 열린 것이다. 김형석 교수께서 “100세는 이렇게 사는 거야”라고 알려 주는 것 같았다.

    필자도 노인의 반열에 들어섰지만 노인이란 생각을 잊고 산다. 마음은 젊었을 때와 다름이 없다. 하지만 생활 속에 의도하지 않은 늙은 그림자가 내비친다. 광복 이후 가난한 시절 그 기억의 끈을 놓지 못한 까닭이다. 남을 부리는 말도 행동도 늙어버린 것 같다. 공자는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라고 하여 나이 70쯤 되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거칠 것이 없다고 말했지만, 너무 조심스럽다. 마음 따라 행동해도 거칠 것 없는 늙은이가 못 되는 것 같다. 노인 노릇을 잘한다는 것은 더 많은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노인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이응석 옹은 말했다. 노인이 걱정 없이 사는 동네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연동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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