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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호주(2)

한겨울에 만나는 '서머 크리스마스'

  • 기사입력 : 2019-01-2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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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영화를 아는가? 사실 나는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 영화 이름을 얼핏 들었는데, 굉장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호주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겠다고 결심했을 때 가장 먼저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영화 제목이 떠올랐다.

    호주는 크리스마스가 여름인데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라는 상상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 하면 당연히 겨울이고, 때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도 하니까. 이번 연도는 색다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며 호주에서 꼭 크리스마스를 보내겠다고 크리스마스 전에 호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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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당일 호주 케언즈 라군의 모습.

    호주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가정적인 나라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연인 혹은 친구들과 보내기도 하는데 호주는 Holiday는 무조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인지 12월 25일과 26일은 마트도 쉬고 웬만한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우리나라는 그때가 성수기인데…. 정말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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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도 영국처럼 24일은 박싱데이(BOXING DAY)라고 해서 엄청나게 세일을 했다. 친구랑 나는 아무것도 몰라 쇼핑을 하지 못했지만, 박싱데이에 호주의 판도라는 꼭 가야 할 곳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보다 판도라가 저렴하기도 한데다가 박싱데이 할인까지 들어가면 엄청 값이 싸진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가게 된다면 박싱데이를 노려서 쇼핑을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우리는 케언즈에서 액티비티를 하기로 했다. 스노쿨링과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 아침부터 선착장으로 떠났다. 케언즈는 작은 도시여서 걸어서 터미널에 갔다. SNS에 래시가드는 한국인만 입는다고 했는데, 정말이었다. 우리는 살이 탈 것을 걱정해 썬크림도 듬뿍 바르고 래시가드도 챙겨 입었는데, 외국인들은 모두 래시가드는커녕 비키니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남 눈치 보지 말고, 우리도 래시가드를 벗는 순간 마음먹기와는 달리 부끄러움에 몸부림치며 구명조끼로 몸을 가리기 바빴다.

    나는 수영을 못해서 스노쿨링도 무서웠는데 다행히 크루가 튜브를 잡으라고 하고 나와 학생으로 보이는 중국인을 데리고 바다를 구경시켜줬다. 물이 정말 깨끗하고 또 물고기도 정말 많았다. 니모도 볼 수 있었다. 바닷속이 이렇게 예쁠 수 있구나 싶었다. 또 이렇게 다양한 물고기들과 해초들이 있다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점심을 먹은 후 세 명이 팀이 돼 스쿠버 다이빙을 했다. 물에 들어가기 전 장비를 착용하고 호흡하는 법을 알려줬는데 나는 자꾸 호흡을 할 때 코로 물이 들어와서 결국 10분 넘게 실랑이를 하다 마지막에 다시 실패한 사람들을 모아서 할 테니 다시 돌아가라고 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다시 물 속에서 스노쿨링을 했다. 한참을 놀다가 물어보니 이름을 불렀는데 못 들은 것 같다고 이제 돌아갈 시간이라 할 수 없다고 했다. 비싼 돈 주고 예약한 스쿠버 다이빙은 호흡을 못해서 아쉽게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친구가 거북이도 보고 너무 좋았다고 해서 더 아쉬웠다. 진작에 수영을 배울 걸 하며 후회했지만, 후회했을 땐 역시 늦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영어와 수영은 꼭 배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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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스노쿨링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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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호초와 물고기들.

    그래도 구명조끼 덕분에 수영은 못해도 스노쿨링은 성공했다! 하루 종일 물 속에서 발차기만 했더니 종아리 뒷부분만 타서 새까매졌다. 스노쿨링할 때는 꼭 잊지 말고 종아리 뒷부분에 선크림을 발라주자. 얼굴만 신경 썼는데 생각지도 못한 부분만 타서 반바지를 입을 때 좀 웃기게 됐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저녁 준비를 하는데 낮에 탔던 부분들이 따갑기 시작했다. 호주는 자외선이 엄청 강하다고 했는데 선크림을 제대로 안 바른 나는 화상을 입은 것처럼 살이 빨갛게 부어 올랐고, 친구는 스팸 같다며 나를 놀려댔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거울에 비춰보니 정말 살이 빨갛게 부어서 올라온 걸 보니 스팸 같았다. (하하하) 화상약이 없었던지라 급하게 친구가 가지고 있던 알로에를 바르는 응급처치를 했다. 이후 열은 조금씩 내려가긴 했지만 따가운 건 나아지지 않았다. 급히 찾아보니 포포크림이 호주의 만병통치약이라고 해서 급하게 포포크림도 사서 발랐다.

    메리 크리스마스, 서머 크리스마스, 여름의 크리스마스는 색다른 느낌일 거라 생각하고 준비해 온 루돌프 코랑 크리스마스 머리띠를 하고 화장도 하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밖으로 나갔으나, 어제와 오늘은 다를 게 없었다. 친구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 삼각대를 들고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나누고 다들 우리와 함께 사진을 찍어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열심히 사진을 찍다 보니 저녁이 됐다. 저녁에 크리스마스를 기념할 무언가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가게들도 문을 다 닫아 점점 어두워지기만 할 뿐 사람들도 점점 없어지고 참으로 조용한 도시가 되어버렸다.

    페이스북에는 시드니와 브리즈번 등에서 퍼레이드와 불꽃놀이하는 동영상들이 많이 올라왔는데 케언즈는 정말 조용했다.

    신나고 화려한 크리스마스를 꿈꿨으므로, 도시 선택을 잘못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렇게 우리는 허무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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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언즈에 있던 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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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언즈의 크리스마스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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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에서 파티를 즐기는 외국인들.

    심지어 호주에서는 공원에서 술을 마시다 경찰에게 발각되면 벌금을 내야 하기에 야경을 보며 술을 마실까 하던 우리는 씁쓸한 마음을 다스리며 숙소로 돌아와 미리 사뒀던 술과 과일을 펼쳤다. SNS에 올라온 퍼레이드와 불꽃 영상을 보며 1월 1일에는 다른 도시에서 꼭 불꽃놀이를 보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호주에서의 ‘8월의 크리스마스’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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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현

    △ 1995년 김해 출생

    △ 동원과기대 유아교육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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