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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허승도(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9-01-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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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에게 의혹을 살 행동은 처음부터 하지 말라는 뜻의 고사성어로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오이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않는다)’와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오얏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이 있다. 문선(文選)의 악부(樂附) 군자행(君子行)에 나오는 교훈이다. 중국 제나라 위왕이 간신인 주파호의 말만 믿고 나라를 잘못 다스리자 후궁인 우희가 “파호는 속이 검은 사람이니 등용해서는 안 된다”고 간청했다가 오히려 파호의 모함으로 위기를 맞자 이 교훈을 인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우희가 모함을 받게 된 이유는 위왕에게 “북곽 선생은 현명하고 덕행이 있는 분”이라며 천거했기 때문이다. 이 말을 전해들은 파호는 “우희와 북곽 사이가 수상쩍다”고 모함을 했고 평소 파호의 말을 잘 믿었던 위왕이 우희를 신문했다. 그 자리에서 우희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과전불납리’의 교훈을 따르지 않고 의심받을 수 있는 행위를 했지만 죽음을 당한다고 할지라도 변명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위왕은 파호가 모함을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른바 ‘목포 손혜원 타운’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았던 손 의원과 관련있는 인사들이 목포 근대문화공간 일대에 부동산 20여 건을 매입해 투기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이 중 14건은 근대역사문화공간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지난해 8월 이전에 집중 매입돼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게스트 하우스인 ‘창성장’은 손 의원 조카 등 3명이 공동명의로 구입했지만 이들이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차명 의혹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손 의원은 친인척·측근들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한 것은 “투기가 아닌 도시재생을 위한 것”이라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재산을 모두 걸 뿐 아니라 국회의원직도 내놓겠다”고 했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 국회 문체위도 떠나 있겠다고 밝혔다. 결백을 주장하는 방식에 있어 우희와 손 의원이 비슷한 것 같지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말이 많으면 변명처럼 들릴 수 있다.

    허승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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