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문학 속 치매 이야기

김은정 경남대 교수 ‘엄마도…’ 펴내
치매 소재 소설 재해석한 칼럼 수록

  • 기사입력 : 2019-01-22 07:00:00
  •   
  • 메인이미지


    김은정 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문학 속 치매를 다룬 책 ‘엄마도 엄마가 필요하다-문학이 만난 치매 이야기’를 내놓았다.

    김 교수는 그동안 ‘현대소설에 나타난 치매의 의미’, ‘박완서 노년소설에 나타나는 질병의 의미’, ‘모녀 서사를 통해 본 치매의 상징성 연구’ 등 문학 속의 삶에 관심을 갖고 질병을 주제로 한 연구에 매진해 왔다. 이번 책도 같은 맥락으로 ‘치매’를 소재로 한 장·단편 소설을 재해석한 18편의 칼럼을 수록했다.

    책은 1장 어머니 속의 우는 어머니, 2장 나는 누구인가, 3장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 등 총 3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장 제목 아래 그 주제에 맞는 작품들을 묶었다. 1장에서는 치매에 걸린 엄마의 가슴속에 화해하지 못한 채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과거 아픔을 다루고 있다. 2장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치매 환자들의 이야기를, 3장에서는 치매환자의 주변인 시각에서 감당해야 하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다.

    김 교수는 “치매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질병이다. 치매 작품들이 쉼 없이 이어지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오늘날 사회적 주제인 치매도 조금이라도 더 인간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일, 그것이 문학이 해야 할 일이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왜 하필 ‘엄마’를 내세웠을까. 저자는 “많은 딸들이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는 말을 내뱉으며 엄마에게 상처를 주곤 한다. 문학을 통해 엄마의 상처를 감싸 안고, 엄마와 화해하는 딸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키워드를 ‘치매’로 삼은 까닭은 엄마가 가장 초라하고 쇠약해진 순간에서야 기적처럼 엄마를 제대로 볼 수 있어서다”고 답했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대하는 순간, 가슴이 철렁 앉는 이 문장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의 첫머리다. 우리가 일상에서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엄마의 존재를 ‘치매’라는 질병을 통해서 전달한다.

    치매 노부부를 소재로 한 박범신의 소설 ‘당신’을 소개하는 글에서는 “이 소설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치매가 마지막 선물일 수도 있는 생의 아이러니이다. 그리고 작가가 제목으로 삼은 ‘당신’은 오랜 삶의 물집과 굳은살이 박인 노부부의 서로에 대한 사랑과 존중으로서의 ‘당신’이다. 단순히 부부간의 호칭을 넘어서, 치매로 모든 것이 망가지는 순간에도 한 인간으로서 반드시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가치관이 이 말에 담겨 있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소설가 이승우의 ‘검은 나무’, 김인숙의 ‘거울에 관한 이야기’,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박민규의 ‘낮잠’, 박완서의 ‘포말의 집’·‘환각의 나비’ 등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치매에 관한 이야기를 재해석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국가적 관심사인 치매에 대해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치매를 앓는 엄마를 병든 노인으로만 보지 말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어린 시절의 소녀를 발견했으면 좋겠다”며 “환자의 몸이 아니라 마음을 어루만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태준 소설로 문학연구자의 길에 들어섰으며 ‘문학, 그 황홀한 유혹’, ‘서사주제학으로 읽는 우리 문학’, ‘한국여성문학비평론(공저)’ 등을 펴냈다.

    정민주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정민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