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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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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부인과 질환, 어떤 게 있나

男모를 아픔에 속 상했구나
월경통, 비정상적 자궁 출혈, 염증성 질환 등
산부인과 방문 어색하고 싫다고 방치하면 안돼

  • 기사입력 : 2019-01-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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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경은 임신이 되지 않았을 때 자궁내막이 자궁으로부터 탈락하는 현상이다. 일정 시기가 되면 뇌에서부터 특정 내분비 물질에 의한 월경주기를 시작하자는 신호를 난소에서 받아들여 여러가지 호르몬을 분비하게 되고, 난포를 키우게 된다. 성숙된 난포에서 배란이 되게 되면 그것을 신호로 자궁내막은 수정란을 받아들이기 위해 두꺼워지게 되고, 이렇게 두꺼워진 자궁내막이 임신이 안 되면 배출되는 것이 월경이다.

    월경은 자궁 혼자, 또는 난소와 둘이 하는 일이 아니다. 뇌에서부터 신호가 시작되게 되며 여러가지 내분비 물질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 가며 만들어내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배가 차서 자궁에 문제가 생기거나 혈액순환이 안되는 것만으로 월경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정상 월경의 간격은 평균 28일이지만 개인마다 차이가 많아 평균 21일에서 35일 사이면 정상으로 볼 수 있다. 초경으로부터 5년에서 7년까지는 월경 간격이 길 수 있으나 이후 점점 짧아지면서 보통 20세 이후부터는 규칙적인 주기로 잡혀가게 된다. 월경의 지속기간은 2~7일 정도이며 월경시 출혈량은 30ml 정도가 보통이다. 출혈량이 80ml 이상이면 과다 월경으로 볼 수 있다.

    월경통은 생물학적으로 매우 자연스러운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임신이 안 되어서 자궁내막이 배출되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자궁내막에서는 프로스타글란딘 관련 대사 물질이 생기게 되는데 이 물질은 자궁을 불규칙적으로 수축시키면서 자궁내막의 배출을 도와주게 된다. 쉽게 생각하면 자궁내막을 잘 나오게 하기 위해 자궁을 쥐어짠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자궁의 과수축, 자궁으로 가는 혈액의 감소 등으로 인해 월경통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일차성 월경통이라고 하며 통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지만 월경을 경험한지 얼마 안 되는 청소년기 여학생들에서는 낯선 통증이기 때문에 어른들보다 견디기 힘든 증상일 수 있다. 또한 월경시 분비되는 여러 내분비 물질들은 자궁뿐 아니라 위장관, 혈관 등에도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아 월경시기가 되면 설사, 위경련 등의 위장관 증상이 발생할 수 있고 말초혈관이 수축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해 손발이 차가워지거나 학교 가는 버스에서 쓰러지는 등 미주신경성 실신 등을 경험하는 청소년도 꽤 많다.

    보통 이러한 일차성 월경통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한양대 한마음창원병원 산부인과 이수윤 교수는 “월경 시작 1~3일 전부터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진통소염제를 복용하게 되면 증상이 많이 경감되게 되며, 일상생활 중에는 진통제뿐 아니라 배를 따뜻하게 해주고 카페인을 피하는 것이 좋으며 위장관 계통의 증상이 심한 학생들에서는 몸에 딱 붙는 옷, 요즘 유행하는 매운 떡볶이 같은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따뜻한 물을 수시로 마시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가 도움되지 않을 때는 다른 원인에 의한 월경통일 수도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어른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궁근종, 난소의 자궁내막증 등에 발생하는 월경통을 말하는데, 이를 이차성 월경통이라고 한다. 물론 사춘기 때는 여성호르몬에 노출되는 시기가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어른들보다는 자궁 및 난소혹으로 고생하는 경우는 훨씬 드물다. 그러나 유전적인 원인, 식생활 등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환경 문제 등으로 청소년기 여성들에서 자궁내막증 같은 질환의 발생 빈도가 서서히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생식기의 해부학적 문제인 경우도 빼놓을 수 없다. 전체 여성의 5% 정도에서 생식기의 기형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증상이 거의 없는 경한 경우에서부터 중복자궁 같은 심한 기형까지 범위가 매우 넓다. 이런 생식기 기형도 월경통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대부분 외부 진찰 및 초음파 등으로 1차 진단을 하게 된다.

    월경통뿐 아니라 비정상적인 자궁출혈 때문에 고생하는 학생들도 굉장히 많다. 대부분은 아직 뇌로부터 난소까지의 신호 체계가 미성숙해 발생하는 무배란성 출혈인 경우가 가장 많지만 염증에 의한 출혈, 혈액응고 장애, 종양 등에 의한 증상일 수 있다.

    염증성 질환도 많이 겪는 문제들 중 하나이다. 청소년기에는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 호르몬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정상적으로 질 분비물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학교에 앉아있는 시간도 많고 스타킹, 레깅스 같은 딱 붙는 옷을 입는 경우도 많은 학생들에서는 질 내에 서식하는 여러 세균들에 의한 질염이 빈발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생리 전후나 면역력이 떨어져 있을 때 잠시 가렵고 냄새 나는 등의 증상은 감기처럼 지나갈 수 있지만 증상이 너무 오래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을 불편하게 할 정도로 심하면 치료가 필요하다.

    또 성생활을 시작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도 학생들의 건강관리에서 간과할 수 없는 점이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10대 여학생들의 5% 정도에서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 임상에서 느끼는 체감 비율은 훨씬 높다. 많은 학생들이 이른 나이에 성생활이 활발할 수 있고, 이에 의한 문제 때문에 부인과 진료실을 찾는다. 월경이 없어서 엄마와 내원한 학생에서 임신을 진단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비정상 자궁출혈 때문에 온 고등학생에서 자궁외임신, 골반염 등이 진단되는 경우도 꽤 있다. 문제는 학생들은 이러한 증상을 보호자에게 혼날까봐, 아니면 내원할 시간 또는 진료 비용이 없어서 등의 이유로 오랫동안 방치, 막상 진단이 되었을 경우에는 치료가 어려울 수도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춘기 여학생들에게는 성년 여성과 비교해봤을 때 부인과 질환의 발생 빈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정상 질출혈, 자궁 및 부속기 종괴, 염증성 질환 등의 발생 빈도는 생각보다 드물지 않다. 물론 사춘기 학생들이 산부인과 진료실에 들어서는 것은 어색한 일이고, 큰 결심이 필요하겠지만 산부인과는 산모와 결혼한 여성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막 신체 변화가 시작된 사춘기 학생들도 자유롭게 방문하여 낯선 신체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본인을 힘들게 하는 증상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어른들에게 할 수 있는 진찰을 그대로 하지는 못하지만 사춘기에 맞는 최소한의 진찰과 청소년에 맞는 초음파 등으로 청소년에게 적합한 진료가 가능하며 이 정도로 대부분 부인과 질환의 진단이 가능하다.

    이준희 기자

    도움말= 한양대학교 한마음창원병원 산부인과 이수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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