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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지리산에 이유식 회사 차린 귀농청년 오천호 에코맘의 산골이유식 대표

아기 먹거리로 엄마맘 사로잡은 청년 사업가

  • 기사입력 : 2019-01-1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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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기농 이유식을 생산하는 ‘(주)에코맘의 산골이유식’ 회사는 지리산 끝자락인 형제봉의 해발 500m 지점에 있다. 하동군 악양면 소재지에서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10여분 이상 차를 달려야 한다. 산중턱에 있다 보니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중간에 이 길이 맞냐고 확인 전화를 하기도 한다. 어렵게 도착해 신선한 공기를 접하면 아이들의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기에 좋은 환경임을 자연스럽게 느낀다.

    에코맘은 회사의 역사가 짧은 편이다 보니 회사 자체가 크게 알려지진 않았다. 그러나 이 회사에서 생산하는 이유식 제품들은 전국으로 인지도를 확장하고 있다. 엄마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제철에 나오는 유기농 재료를 이용한 300가지의 이유식들이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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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천호 대표가 이유식에 쓰이는 친환경 파프리카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에코맘의 산골이유식/

    에코맘을 이끄는 사람은 오천호 대표로 37세의 젊은 농업인이다. 오 대표는 종업원 3명으로 사업 시작 7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바라보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청년기업인으로 사업 초창기임에도 취약계층에 이유식을 정기 후원하고, 지역인재육성 장학금 기부, 지역 농산물 우선 매입 등 사회공헌을 성실히 하고 있다. 오 대표는 이유식 시장을 분석한 아이디어와 정직한 제품 생산에 그의 도전정신이 합쳐져 성공신화를 써내려 가고 있다.

    ◆죽 사업 실패와 교환한 이유식 아이디어

    오 대표는 젊은 나이지만 비교적 적지 않은 사업 경험을 했다. 대학에서 피부미용을 전공한 그는 2000년대 중반 외국계 화장품회사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화장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사업을 2007년 창업했다. 직원수에 비해 많은 매출을 올리는 등 자그마한 성공을 거뒀다.

    그는 이때 번 돈을 투자해 서울에서도 임대료가 비싸기로 소문난 강남의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반기다’라는 죽 가게를 차렸다. 자체적으로 만든 죽을 프랜차이즈사업으로 확장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시작했다.

    죽 장사가 잘 안 된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1만원 정도 하는 죽을 팔아 종업원들 인건비와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는 힘들었다.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그의 계획은 물거품되고 1년 만에 죽 가게를 접어야 했다.

    단기간에 소위 사업을 말아먹으면서 금전적 피해가 많았지만 소득이 없지도 않았다. 오 대표는 “죽 가게를 자주 찾는 손님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간을 하지 말아 달라’면서 죽을 사서 가고는 했다”며 “아기 이유식으로 먹이기 위해 간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은 게 이유식 사업의 아이디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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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천호 대표

    ◆사철 재료로 300가지 이유식 연구 개발

    오 대표는 죽 가게를 접고 고향 하동으로 내려와 2012년 4월 농업회사법인인 (주)에코맘의산골이유식을 설립했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악양면 일대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해 이유식 사업을 시작했다. 직원 3명과 함께 비어 있던 공장을 임차해 이유식을 만들었다. 아침에는 죽을 만들고 오후에는 택배를 포장해 우체국에 넘기고, 저녁에는 다음날 쓸 재료를 다듬는 일의 반복이었다.

    그가 이유식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건강한 제철 재료이다. 주식회사로 회사 설립 후 1년 뒤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은 것도 지역에서 생산되는 좋은 농산물들을 더 많이 제품에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산골이유식은 농산물로 고부가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1·2·3차산업이 결합된 6차산업으로 농촌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에코맘은 이유식 사업을 시작한 첫해에 매출 1억원을 올렸고, 2013년 3억6000만원, 2014년 11억원으로 매년 200%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산골이유식의 제품성이 인정받으면서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과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 진주 갤러리아백화점 등 10여 곳의 백화점과 마트에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 5년 만인 지난 2017년 7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은 놀라운 일이며, 조만간 연매출 1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오 대표는 “제철에 나는 신선한 농산물을 구매하고, 아이들의 단계별 이유식을 만드는 등 수요자의 니즈를 파악해 홈페이지 쇼핑몰이나 이유식 프랜차이즈카페를 통해 유통·판매하는 게 매출 증대로 이어진 것 같다”며 “올해는 1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제2공장을 신축해 수요 증가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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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맘의 산골이유식에서 생산되는 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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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맘의 산골이유식에서 생산되는 제품.

    에코맘의 성장은 끊임없는 연구와 제품개발에 있다는 것은 지적재산권 확보로도 알 수 있다. 현재 재활용이 가능한 보온·보냉 포장용 박스와 잎새버섯 죽 제조방법 등 3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포장용기용 띠지 등 5건의 서비스표 및 디자인 등록이 있으며, 면허증진용 발효대사제 제조방법 등 33건을 특허출원하고 있다. 에코맘은 이를 바탕으로 제철 이유식 300가지와 간식류 12가지를 생산하고 있다.

    ◆청년기업가로서 농촌 위한 사회적 책임

    에코맘 매출이 증대되고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지역사회에도 긍정적 변화가 생기고 있다. 3명으로 출발한 직원수는 현재 50명에 이르고 있는데 전 직원을 지역 농민과 여성, 고령자, 지역출신 대학 졸업자 등으로 고용했다. 고용창출은 지난해 7월 경남도로부터 고용우수기업으로 인증되기도 했다.

    미혼모나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나눔기부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 여러 단체들과 사랑의 죽 공급 협약을 맺어 현재 굿피플과 드림스타트, 이화로타리, 서울장애인복지관 등에 50여명의 아기들에게 이유식을 전달하고 있다.

    그는 지난 연말 윤상기 하동군수를 방문해 오는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한광호농업상의 미래농업인상 부문 상금 2000만원을 미리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한광호농업상은 고 한광호 박사의 농업보국의 뜻을 기리는 권위 있는 상이다. 오 대표는 회사가 성장 초기 단계인 지난 2015년부터 장학금을 기탁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4500만원의 장학금을 출연했다. 오 대표는 “기업이 이윤을 발생시킨 후에야 사회적 서비스나 기부를 하는 게 일반적인 순서이지만, 기업의 사회적 서비스와 수익모델 창출이라는 어찌 보면 별개일 것 같은 사안을 병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며 “기업이 사회에 서비스하는 착한 일로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앞으로도 에코맘은 후원을 하면서도 이윤을 내고 성장하는 기업이 되겠다”며 회사 운영방향을 제시했다.

    오 대표는 회사가 짧은 기간에 안정 궤도에 올라섰지만 벌써 사업 구상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가 구상하는 사업은 팜핑과 실버푸드, 농민요양병원 등 세 가지다. 팜핑은 지리산 자락에 팜(농장)과 캠핑을 결합해 도시민들이 각종 농사를 직접 체험하면서 자연 속에서 휴식과 휴양을 하는 개념으로 사업 부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실버푸드는 아이들이 먹는 이유식이나 노인들이 먹는 식사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유식의 연장사업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어 유망한 사업으로 보고 지난주에는 고령화가 앞선 일본에 현황조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농민요양병원은 농민들이 농약에 조금씩 중독되면서 나이가 들면 건강이 많이 쇠약해지기 때문에 요양병원을 사회서비스 차원에서 지을 계획이다. 사회서비스 모델이면서도 실버푸드로 수익모델이 되는 것으로 착한 일로 이윤을 낸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사업을 2022년까지 하겠다는 얘기에 너무 빠른 것이 아니냐고 묻자 오 대표는 “제가 아직 젊으니까요”라며 간단하게 답했다.

    오천호 대표의 이유식 사업은 아직도 우리 농촌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취업 준비에 힘들어하는 오늘의 청춘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농촌에 더 밝은 미래가 있다.

    김재익 기자 ji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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