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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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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일단 내 탓하기- 조정현(변호사)

  • 기사입력 : 2019-01-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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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에겐 언젠가부터 자주 한숨을 쉬는 나쁜 버릇이 생겼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듣기 안 좋다는 지적을 받았기에 한숨을 쉬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최근에는 한숨을 쉬는 버릇을 많이 고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전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이 필자에게 “엄마 왜 한숨을 쉬어요?”라고 물었다. 순간 아차 싶어 “엄마가 또 한숨을 쉬었니?”라고 하자, 딸은 또다시 조심스럽게 묻는다. “엄마 나 때문에 한숨 쉰 거 아니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딸의 물음에 필자는 깜짝 놀랐다. 그 순간 얼마 전 지인들과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났다. 지인 중 한 명의 친구가 배우자와 이혼을 하게 되었는데 어린 자녀가 받을 상처와 충격 때문에 걱정이 크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이혼하는 부모의 자녀가 어린 경우 자녀들은 자신들이 잘못해서 부모가 이혼한다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즉 어린 자녀들은 부모의 이혼 원인을 자신들의 탓으로 돌리기에 더욱 심한 정신적 충격에 빠진다는 것이다.

    어른들은 실수를 저지르거나 나쁜 일이 생기면 그것이 자기 잘못으로 인한 것임이 명백한 경우조차도 일단은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려 애를 쓴다. 그런데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우에도 다른 사람을 탓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잘못하여 벌어진 일이라 생각하여 죄책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필자의 딸 역시 나쁜 버릇이었던 필자의 한숨에 대해 혹시라도 자신이 잘못을 해서 엄마가 속이 상해 한숨을 쉬는 게 아닐까라고 걱정하였던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탓으로 인정하는 순간 타인으로부터 더 큰 공격을 당하고, 종국에는 더 큰 손해를 볼까 봐 전전긍긍한다. 교통사고가 났을 경우 자신의 과실이 더 큰 경우에도 일단은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자. 남 탓으로 돌려서 좋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당장 순간의 위기를 모면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탓했던 대상에 대한 미안함과 찜찜함이 차곡차곡 쌓였을 것이다. 마음 불편하게 남 탓하지 말고 내 탓으로 인정하고 마음 편히 사는 건 어떨까 생각해본다.

    조정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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