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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론으로 정한 야구장 명칭, 정쟁 이용 안돼- 김기석(마산어시장 상인)

  • 기사입력 : 2019-01-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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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사람이 이름에 집착하는 유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지역 명칭 문제에 있어서는 집단의 이해까지 더해져 마치 전장을 방불케 하는 사단도 벌어진다.

    도농통합 시기에 삼천포와 사천의 싸움이 그랬다. 삼천포는 사천의 한 읍이었다가 독립한 시였지만, 시가 군에 이름을 빼앗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지역정서가 한몫했다.

    구미와 선산의 경우는 그 반대였다. 구미는 선산의 작은 면이었지만, 산업화시대에 선산을 대표하는 큰 도시가 됐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이 “조선 선비의 반은 영남에 있고 영남 선비의 반은 선산에 있다”고 했을 정도로 영남일선으로 불렸던 선산은 결국 구미에 이름을 넘겨주고 구미의 작은 읍으로 남았다. 두 사례 모두 작명의 기준은 미래가치였다.

    통합 전에는 서로 이익을 따져 다투었을지라도 어떻게든 통합의 정신을 살려 하나가 되어가는 좋은 선례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창원에서 지역 명칭을 둘러싼 갈등이 재연됐다. 새로 지은 야구장 이름을 둘러싼 싸움이 그것이다.

    창원시장은 ‘야구장명칭선정위원회’라는 공론화기구를 만들고 거기에서 합의되는 안을 존중해 결정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위원회는 한 달여 넘게 토론을 거쳐 결론을 도출했다. 마산야구장과 새 야구장이 포함된 단지 전체를 ‘마산야구센터’라 명명하고 새 야구장 이름은 ‘창원NC파크’, 기존 야구장은 ‘마산야구장’으로 한다는 것이다.

    위원회의 모든 회의 과정은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됐고, 최종 회의가 끝나고 수일간 아무런 반론이 없었으므로, 사람들은 모두가 만족하는 수준에서 잘 매듭지은 매우 모범적인 공론화 결과로 생각했다. 마산에겐 마산야구센터라는 스포츠단지 이름으로 ‘명분’을, NC에겐 창원이 연고지란 점을 드러내는 ‘실리’를 각각 쥐여주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결과에도 불평은 있기 마련인 것일까. 며칠이 지나 일각에서 새 야구장 명칭 선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신야구장에 마산 이름이 들어가지 않는 한 인정할 수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불화와 분쟁의 신 에리스는 황금사과를 던져 인간들을 10년 동안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로 몰아넣었다. 새 야구장 이름이 자칫 지역이기주의라는 황금사과가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아무튼 “야구 관람을 보이콧하겠다”는 결기에 지역 야구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도 궁금하지만, 진정 창원의 화합을 생각한다면 또다시 새 야구장을 정쟁의 빌미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김기석 (마산어시장 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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