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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기업이 스스로 뛰게 하라- 한철수(창원상공회의소 회장)

  • 기사입력 : 2019-0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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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4대강 유역 중 하나인 영산강의 수질과 생태계가 회복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4대강 사업으로 가로막혀 있던 ‘보’를 완전 개방함에 따라 영산강의 수변생태 공간이 넓어지고, 물새류와 삵, 수달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의 서식환경이 개선되었다는 환경부의 발표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수요 가뭄과 보호무역주의,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 등 최악의 외부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했다. 모두 하나같이 글로벌 교역량 감소를 야기하는 악재로, 수출 위주의 우리나라 산업은 그야말로 위기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 우리 기업들 앞에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최저임금 상승, 근로시간 단축 등 산업생태계의 자생과 정화능력을 가로막는 대형 ‘보’가 설치되었다.

    임금지급 여력은 변함이 없거나 줄고 부담만 가중되는 상황하에 생존을 선택한 기업은 임금을 지급할 대상을 줄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제조업 근로자 수 감소가 가속화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득의 재분배를 통한 균형성장의 목표가 성장둔화와 오히려 분배악화를 유인했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기업은 경영자와 근로자가 하나의 비전을 공유하며 나아가는 유기적인 조직이다. 기업의 생존과 성장이라는 목표에 있어 경영자와 근로자는 서로 구분 지을 대상이 아니다. 이들 기업들이 모여 이룬 산업생태계 또한 스스로 조율하고 정화하면서 다양한 산업군을 형성하고 성장해 나가도록 두어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 닥쳤던 경제위기는 전 국민이 위기의식을 가지고 극복의 힘을 한데 모았으며, 여기에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기업들의 노력이 주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년간의 장기침체와 반기업 정서 속에 도전 의욕을 상실한 기업들이 늘고 있다. 숫제 기(氣)가 죽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지금의 경제위기 극복에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단연 기업의 기를 북돋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이 미래성장 동력을 찾도록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기업은 미래를 위해 적절한 투자를 해야 하지만, 현재의 여건 속에서 투자 없이 움츠리고 있는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 아닌, 생존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기업은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내놓은 결과물의 가치를 오롯이 시장이 평가하기를 원한다. 위험부담의 결정도 생존을 위한 자구책도 기업 스스로 결정하고 도전해야 옳다는 것이다.

    어떠한 정책도, 자연 그대로 생겨나는 현상의 방향을 바꾸어 놓을 수 없다. 결국 기업이 스스로 뛰도록 해야 미래먹거리 준비도, 일자리 창출도, 올바른 소득분배도 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좋은 의도로 단행한 인위적 조치가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얻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경험한다. 영산강 유역에 돌아온 물새와 삵을 떠올리며, 우리의 산업 생태계도 그러했으면 한다.

    한철수 (창원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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