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30일 (토)
전체메뉴

[기고] 선생님을 흔들지 마세요-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19-01-09 07:00:00
  •   
  • 메인이미지


    예로부터 선생님은 군사부일체 (君師父一體)라 하여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아 왔다. 요즘은 선생님을 보는 시각이 예전 같지 않아 모든 사람들의 사표가 되는 존재가 아니라 작은 실수에도 ‘선생이 뭐 그래?’ 하면서 오히려 큰 지탄을 받는 동네북 같은 신세로 변한 것 같다.

    교육자라는 직업은 권력이나 금력은 갖지 못했지만, 오직 선생님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 때문에 온갖 어려움이 있어도 체통을 중요시해왔다. 어쩌다 말다툼이 있어도 미소 띤 얼굴로 목소리를 낮추었고, 큰 잘못이 없는데도 고개를 떨구었으며, ‘명색이 선생이 저래도 되나?’ 하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자존심마저 죽여 왔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들이 선생님의 멱살을 예사로 잡고 흔들더니, 이젠 그런 모습을 본 제자들까지 스승의 멱살을, 아니 머리채까지 잡고 흔드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세상이 변해도 희한하게 변한 것 같다. 학원 선생님이 드는 매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용하는 학부모들이, 열정에 빠진 학교 선생님이 어쩌다 드는 사랑의 회초리는 폭행으로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는 세상이다. 오늘날 우리 선생님들의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맥 빠진 교육현장에서는 선생님들을 자기들 마음대로 입방아에 올려 흔들어 대고 있다. 공청회 같은 자리에서도 관리자와 교사, 교사와 학부모, 제자와 스승 간에 갈등이 심화되어 유독 선생님들의 자리가 더욱 흔들리는 것 같다. 그나마 다행스런 것은 얼마 전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 선생님의 자리가 줄곧 3년 동안 1위로 나타난 것은 앞으로 우리의 교육과 선생님의 위상 제고에 밝은 빛이 보이기도 한다.

    이젠 사회나 학부모가 믿는 만큼 선생님도 신바람 나게 가르친다는 평범한 진리마저 잊혀져 가는 것 같다. 맥이 풀린 선생님들의 어깨는 축 늘어지고, 교육에 대한 열정도 식어 알바(?)와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우리의 꿈나무들이 바르게 자라 우뚝 서게 하려면 학교와 선생님을 신뢰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교육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선 사회나 학부모가 학교를 믿고 추락한 선생님의 위상을 찾아 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선생님이 흔들리는 나무가 되면 가지에 앉아 있는 학생들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들이 무엇보다 어렵고 중요한 것이 교육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교육의 정책을 입안하고 방향의 키는 정작 교육자는 제쳐놓고 정치인, 학부모 등 교육 비전공자들이 교육을 흔들고 있으니 아수라장이 안 될 리 없다.

    선생님 또한 스스로 불신으로 추락하고 흔들리는 위상을 재정립하는 데 노력해야 하고, 그 위상은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로부터 되찾아야 할 것이다. 선생님의 회초리를 농도 짙은 사랑으로 믿고 고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뢰를 쌓아야 할 것이다. 신뢰를 얻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직사회가 힘들고 어수선해 뭇사람들이 교육현장과 선생님들을 흔든다고 해도 그럴수록 오직 신뢰와 열정 그리고 돈독한 마음으로 교육을 지켜나가는 참스승이 되어야 할 것이다.

    허만복 (경남교육삼락회장)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