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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매력적인 먹거리 ‘고소애’ 아시나요- 김일석(경남과학기술대 곤충산학연협력단장)

  • 기사입력 : 2019-01-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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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색거저리 애벌레는 흔히 밀웜 (mealworm)이라 불리는데, 현재 애완동물의 먹이와 식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어릴 적엔 곡물거저리와 비슷해서 하얀 좁쌀처럼 보인다. 다 자라면 길이가 3㎝에 이르는 원통형의 맵시 있는 몸매를 가진다. 날씬하게 쭉 뻗은 몸을 비틀며 먹이를 찾아 생동감 있게 꿈틀거리는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되레 징그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 생긴 것만 보고 그게 전부인 양 섣불리 판단하면 곤란하다. 우선 갈색거저리 애벌레는 맛이 특별나다. 그래서 그 맛에 걸맞은 ‘공식 성함’도 갖고 있다. 얘들은 2015년도에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고소한 맛을 내는 애벌레’라는 뜻을 가진 ‘고소애’라는 이름을 얻었다. 실제 요리용으로 ‘고소애’를 볶거나 굽게 되면 새우만큼 아주 고소한 맛을 낸다. 이쯤 적다 보니 ‘이름 석 자 값’ 못하며 사는 필자에 비하면, 이 녀석은 그러니까 문자 그대로 명실상부 제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존재다.

    맛뿐만이 아니다. 고소애는 몸에 좋은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매우 높아 영양적 가치가 우수하다. 고소애 건조분말은 단백질 53%, 지방 31%, 탄수화물 9%의 비중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지질단백질(LDL)을 낮춰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불포화지방산이 75% 내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이 밖에 무기질인 철과 인이 풍부하고, 비타민 중에는 나이아신과 B5 등이 들어 있어 식품으로서의 영양적 조성이 아주 훌륭하다.

    최근 들어 고소애를 이용한 식이시험 결과에서 간 해독작용과 간 손상 시 발생하는 효소함량 감소효과가 밝혀졌고, 이외에도 신장 기능 개선 등에서도 효과가 있음이 과학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효능들로 인해 고소애는 향후 건강기능성 식품원료로서의 산업적 유효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고소애는 2018년에 식약처로부터 일반식품원료로 전환됨에 따라 법적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된 식용곤충이면서도 기호도와 영양성 및 건강지향 측면에서 모든 음식에 잘 어울리는 고급 식품소재물로서도 손색이 없다. 그런 까닭에 식용곤충 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조리방법들이 소개됐고 이를 활용한 제품 개발도 매우 활발하다.

    국내에서도 일찍이 농촌진흥청에서 고소애를 이용한 일반인과 환자를 위한 130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음식을 소개한 바 있고, 최근 곤충산학연협력단에서도 경남농업기술원과 함께 식용곤충 요리 책자를 발간해 보급 중에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고소애를 활용한 곤충식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먹거리로 하루빨리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일석 (경남과학기술대 곤충산학연협력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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