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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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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빚지고 출발하는 신혼부부- 이상규(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9-0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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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혼부부들이 새 출발할 때 온전히 제 힘으로 집을 장만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회에 첫발을 디딘 지 얼마 안 된 만큼 높은 집값을 감당하기는 무리다. 해서 신혼부부는 예나 지금이나 대개 첫 집을 구매할 때 은행에서 대출을 낸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2017년 신혼부부 통계 결과’ 보고서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10명 중 8명(83.3%) 이상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이 있다.

    신혼부부(혼인 신고한 지 5년이 경과되지 않은 부부 138만 쌍을 분석)에 대한 통계는 요즘 젊은이들의 결혼이 왜 힘든지 다시 한 번 알려준다. 신혼부부 합산 평균 소득(연간)은 5278만원인데 대출을 받은 부부의 대출 잔액 중앙값은 8784만원이다. 대출 잔액은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인 경우의 비중이 28.5%로 가장 많다. 48만2000쌍이 보유한 주택을 자산 가액별로 살펴보면 1억5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가 가장 많았다. 필자 주변 신혼부부를 보면 3억원 안팎의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집값 절반 이상을 은행 대출로 마련했다고 한다. 게다가 2~3년 전에 창원에서 집을 산 젊은 친구들은 집값이 5000만원가량 떨어져 큰 손해마저 보고 있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로 불리는 젊은이 중에서 결혼을 한 신혼부부는 그 또래에서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은 사람, 또는 능력 있는 젊은이라고 볼 수 있다. 결혼을 했다는 건 적어도 부부 중 한 사람은 직장이 있을 확률이 높고, 맞벌이 부부도 많기 때문이다. 이번 통계 보고서를 보면 초혼 신혼부부 110만3000쌍 중 맞벌이 부부는 49만5000쌍으로 전체의 44.9%를 차지했다. 자녀를 출산하지 않은 신혼부부 비중은 37.5%로 전년보다 1.2%포인트 증가했다. 평균 출생아 수는 홑벌이 부부(0.86명)가 맞벌이 부부(0.70명)보다 많았다. 맞벌이 부부의 평균 소득(7199만원)은 홑벌이 부부(4155만원)보다 약 1.7배 높다. 맞벌이 부부의 소득이 홑벌이 부부보다 높지만 아이를 덜 갖는다는 건 여전히 우리 사회가 여자 직장인이 아이를 갖기 힘든 구조라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 외국에선 성년이 되면 자녀들이 독립하는 게 일반화되어 있다. 외국에선 성인이 된 자녀와 함께 사는 부모는 없다. 반면 한국은 자녀의 대학 졸업은 물론 결혼 때까지 뒷바라지해 주는 게 보통이다. 갈수록 이런 추세가 약해지고 있으나, 부모세대는 자신의 부모세대가 자신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여력이 되는 데까지 자녀를 돌보려고 한다. 간혹 사는 집을 팔아 전세로 옮기거나 자신의 노후 자금까지 털어서 자녀를 결혼시키는 황당한 일도 벌어진다.

    얼마 전까지 조금 넉넉한 집이라야 결혼하는 자녀에게 아파트 한 채씩 사줘 새살림을 내보내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워낙 집값이 비싸 꽤 잘사는 집이 아니면 자녀에게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해 주기 쉽지 않다. 해서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보통의 부모는 자녀에게 “살면서 조금씩 모으고 장만해 가는 재미도 있다”며 격려한다. 집 마련 때문에 출발부터 억대의 빚을 짊어져야 하는 신혼부부를 보면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답답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와 지자체가 이런 부분에 대책을 차근차근 마련했으면 좋겠다.

    이상규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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