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5월 26일 (화)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공멸 자초하는 스포츠 승부 조작- 양영석(문화체육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8-12-26 07:00:00
  •   
  • 메인이미지


    승부를 내야 하는 스포츠에서는 경기 흐름이 중요하다. 선수들의 기량이 비슷하거나 막상막하의 경기일수록 더 그러하다.

    경기 흐름은 선수의 실수, 심판의 편파판정 등에 의해 뒤바뀌는데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그것이 승부 조작에 의한 것이라면 스포츠의 존재 가치인 ‘공정한 경쟁’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달 초 열린 올해 프로야구 ‘별들의 잔치’는 뒤숭숭했다. KBO 골든그러브 시상식 시작 8시간 전 승부 조작 혐의로 영구 실격 처분을 받은 두 전직 선수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의 혐의를 부인하는 와중에 현역 선수 6명의 실명을 언급하며 승부 조작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실명이 거론된 선수 중 한 명은 의혹을 제기한 전직 선수를 고소하는 등 아직까지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국내 스포츠 도박시장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서면서 스포츠계 승부 조작은 종목을 막론하고 암암리에 벌어졌다.

    지난 2008년 아마추어 축구리그에 해당하는 K3 리그에서 중국발 불법 도박 사이트와 관련된 승부 조작 사건이 검찰을 통해 적발됐다. 이후 실업리그 (내셔널리그)와 K리그, 프로배구, 프로농구, 프로야구 등에서 승부 조작이 밝혀져 수십 명의 선수·감독이 영구 제명됐다.

    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관중은 승부를 점칠 수 없는 스포츠의 역동성에 열광하고 규칙을 지키는 페어플레이, 포기하지 않는 투지에 감동한다.

    그것을 보고자 시간과 돈을 들여 경기장을 찾는 팬들에게 승부 조작은 사기극이고 프로스포츠가 딛고 선 발판을 제 발로 차 버리는 자살행위라고 할 수 있다.

    1960~70년대 김일, 천규덕, 여건부 등 1세대 레슬러들의 활약으로 국민적 인기가 높았던 프로레슬링이 80년대 들어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되는 쇼라는 얘기가 퍼지면서 쇠퇴기를 맞게 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지난 4월 승부 조작을 제의받은 사실을 구단에 신고해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수여하는 2018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 올해의 선수상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클린베이스볼상을 수상한 두산베어스 투수 이영하는 ‘승부 조작 제의를 거절한 건 당연한 일이다. 당연한 일을 했는데 자꾸 칭찬받아서 민망하다’고 했다.

    이영하 본인은 승부 조작을 신고한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고 하지만 상을 주는 것은 그 일이 당연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아직도 국내 스포츠계에 승부 조작이라는 독버섯이 자라고 있고, 그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승부 조작이 횡행하는 것은 정상급 선수가 아니면 살아가기 힘든 낮은 보수, 선수들의 윤리의식 부재, 적발의 어려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각 프로스포츠 리그는 선수 보수 현실화 및 부정방지 교육, 철저한 감시체계 가동, 승부 조작 가담자에 대한 선수 및 연루 팀 엄벌 등 강도 높은 대책을 시행해 승부 조작을 뿌리 뽑아야 한다.

    그것은 스포츠에 열광하는 청소년들에게 정직한 땀의 소중함, 최선을 다하고 노력을 통해 얻는 소중한 가치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자, 특권이나 반칙이 통하지 않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양영석 (문화체육부장·부국장대우)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