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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황금두꺼비- 이학수(사회2부장)

  • 기사입력 : 2018-1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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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 오는 날이면 꼭 그놈이 나타났다. 담벼락 밑을 어기적어기적 걷다가 멈춰서서는 눈을 껌뻑껌뻑한다.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가던 길을 막으면 미련스럽게 버틴다. 나뭇가지로 뒤집어보기도 하고, 파리를 잡아다 먹으라고 앞에 놓아도 본다. 어릴 적 두꺼비는 더없이 좋은 장난감이었다. 어른들은 ‘영험한 동물’이라며 함부로 다루지 못하게 했다. 싫증이 나면 개구리에게는 해코지를 해도 두꺼비는 고이 돌려보냈다.

    ▼두꺼비는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다. 주류회사 진로는 두꺼비를 상표로 썼다. 처음에는 원숭이 로고를 사용했다가 소비자들의 반응이 신통찮자 두꺼비로 바꿨다고 한다. 호남 소주업계의 대명사 삼학이 서울 진출을 노리며 진로와 일전을 벌였다. 진로는 금두꺼비찾기 마케팅으로 시장 사수에 나섰다. 병두껑에 금두꺼비가 나오면 실제 금두꺼비를 주거나 재봉틀을 선물해 큰 인기를 끌었다. 두꺼비 하면 소주로 통했다.

    ▼섬진강의 ‘섬’은 ‘두꺼비 섬(蟾)’자다. 고려말엽 왜구가 강 하구를 침입하자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떼가 울부짖어 도망갔다는 전설로 섬진강이 되었다. 두꺼비 설화는 주인에게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동물로 각인됐다. 두꺼비에게 밥을 나눠주던 처녀가 제물로 바쳐졌을 때, 두꺼비가 나타나 사람을 잡아먹던 지네를 죽이고 자기도 죽었다는 이야기이다. ‘여우·너구리·두꺼비의 떡다툼’ 설화에서 두꺼비의 지혜가 예사롭지 않다.

    ▼하동의 한 사회단체가 옛 섬진교 앞에 황금두꺼비 조형물을 설치했다. 폭 1.2m, 높이 1m의 큰 두꺼비와 폭 30~50㎝, 높이 25~30㎝의 작은 두꺼비 네 마리로 만들었다. 행운을 불러다주는 복두, 불운과 액을 막아주는 업두, 자식에 대한 소원을 이뤄주는 떡두, 사랑을 이뤄주는 짝두, 100년을 바라보는 혜안과 지식을 얻게 해주는 덕두를 상징한다. 두꺼비를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천년의 기적이 이뤄진다는 의미를 담았다. 세밑 독자들에게 마음으로 황금두꺼비를 선물한다.

    이학수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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