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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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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선거- 주강홍(한국예총 진주지회장)

  • 기사입력 : 2018-1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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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의 친구는 적이고 적의 적은 동지이다. 이 구절이 무척 와 닿는 연말이다.

    누구에게 함부로 가까이 가기가 여간 불편하고 누가 친절히 다가오는 것도 좀 조심스럽다. 어느 모퉁이에서 보이지 않는 시선에 관찰당하는 느낌이 거슬린다.

    연말을 기준으로 임기가 끝나는 여러 사회단체장들의 선거가 편을 가르고 있어서 선거권자들의 행동거지가 보통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차라리 결석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선거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 추대 형식으로 하다 보면 힘 있는 분들에게 줄 서기를 하여 엉뚱한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선출을 하다 보면 볼썽사나운 일들이 거추장스럽게 만든다.

    또 선거꾼들의 부추김과 후보자의 과열된 생각들이 범위를 벗어나서 더 격앙해지는 경우에는 감정싸움으로 변하고 선거를 마치고도 되돌릴 수 없는 관계로 변화되는 것이 선거판이다.

    어떤 제도에도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지만, 서로의 입장이 다르고 철학이 다른 분들이 인신공격까지 비약해 다툼이 있을 때 입지가 참 난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건 없이 자기 편을 원하고 선거 후에도 분석을 통해서 친구도 되고 적으로 오래 살아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능란한 처세가 필요한데 그것이 잘 안 되는 경우의 사람들은 이 판이 무척 어렵고 혼란스럽다.

    한 통의 전화에도 애매성과 모호성을 곁들여 답을 준다, 친구를 위장한 적인지 적을 위장한 친구인지 모두 모범 답안지를 만들고 내 속내를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 지혜를 갖는다.

    특히 감정의 경계를 벗어나게 하는 술자리의 분위기는 주워 담을 수 없는 말들이 화근이 되어 필요 없는 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다. 생각을 감추고 눈빛도 감춘다.

    물론 소신을 가지고 표현해야 하지만 대다수의 선거란 것이 결국은 힘의 논리이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의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보통의 처세다. 내일이 동지이다. 낮 길이가 하루에 1분씩 늘어난다. 고민의 시간이 1분씩 늘어난다. 12월은 무척 잔인한 달이다.

    주강홍 (한국예총 진주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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