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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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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아이들이 먼저다- 강기명(경남도교육청 감사관)

  • 기사입력 : 2018-12-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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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원이 시끄럽다. 유치원 때문에 대한민국이 시끌시끌한 느낌이다.

    대통령은 교육부를 방문해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조한다. 국회의원들은 유치원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는 유치원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단호한 대책을 마련하고 실시하겠노라 발표한다. 그리고 한국사립유치원연합회에서는 자신들을 싸잡아 비리단체로 매도하는 것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개인의 재산권을 인정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언론에서는 이들의 얘기를 보도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 시끄러운 난장에서 논의의 중심에 있어야 할 아이들의 얘기가 보이지 않는다.

    부모들이, 국민들이 작금의 유치원 사태에 분노하는 것은 어른들의 욕심과 방기(放棄)로 아이들이 홀대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내가 낸 세금으로 일부 유치원 원장이 명품 백을 샀건 어쨌건 그건 공분(公憤)의 본질이 아니다. 우리 아이의 간식이 그리고 교재가 명품 백으로 뒤바뀐 것에 화가 난 것이다. 내 아이를, 우리의 아이를 잘 키워 보려고 보낸 유치원에서, 아이가 홀대받고,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필자는 교육행정을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인생의 지혜는 상아탑이 아닌 유치원 모래 속에 있다.”

    1988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그 당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던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속의 말이다.

    가진 게 많아지고, 배운 게 많아져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을 겪어서, 유치원 때 배운 것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부족하다 생각될 수 있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결국엔 유치원 때 배운 것만 잘 실천해도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다 갖춘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적극 동의하게 된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인생의 지혜를 배울 유치원을 돌려주고 싶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먼저다. 사회적 합의든, 사회적 결단이든 아이들을 위한 최선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강기명 (경남도교육청 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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