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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산 이은상을 왜 버려두고 있는가- 윤봉현(전 마산시의회 의장)

  • 기사입력 : 2018-12-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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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창원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박선애 의원의 시정질문 서두에 스페인 여성 소프라노의 가고파 연주 동영상이 의사당 모니터를 통해 울려 퍼지자 의사당은 일순간에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흐르는 것 같았다. 이날 방청석에는 경남문인협회 회원과 지역 예술인들뿐만 아니라 노산 이은상 선생에 대한 애정과 관심 있는 시민들이 자리를 함께하였다.

    국가는 왜 존재하며 행정은 왜 필요할까?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지역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까닭은 국민과 그 지역 주민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행정의 중요한 역할이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삶을 윤택하고 가치 있는 일로 만들며 아름다움을 창작하는 인간의 활동이 아닐까. 그래서 어떤 이는 ‘예술이란 넓은 곳으로 나가서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나라는 해방된 이후에 여러 정권이 문화예술인들을 그들의 정치에 이용해 왔다. 그런데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신체와 정신의 자유까지 속박받는 상황에서 문화예술인들을 통치 수단으로 삼으려는 세력의 협박과 회유에, 생명을 내걸고 맞설 수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왜 우리는 당시의 상황은 무시한 채 불행했던 시절을 산 우리의 선인들을 지금의 잣대로 재단하려 하는가. 입신양명을 위해서 스스로 일제권력의 앞잡이가 되지 않았다면 이제 그들을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 노산은 친일을 하지 않았으며 우리말 우리글을 지키며 가꾸어 온 항일 애국지사였다는 것은 많은 자료들이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 마산의 자랑스러운 민족시인으로 <고향생각> <봄처녀> <옛동산에 올라> <가고파> 등 주옥같은 작품으로 영원한 우리의 고향을 국민의 가슴에 품게 해준 노산 선생을 왜 우리는 이렇게 버려두고 있는가.

    한양대 윤재근 명예교수는 “3·15의거는 마산을 자랑스럽게 한 북소리이며, 노산의 가고파는 마산을 그립고 사랑스럽게 한 종소리”라고 하였다

    3·15기념사업회의 중책을 맡았던 어느 지인은 사석에서 우리 마산은 3·15의거와 함께 가고파의 노산과 선구자의 조두남만 가지고도 전국 어느 도시보다도 경쟁력이 있다면서, 둘은 대립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재인데 이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쉽다고 하였다. 이제 창원시의회가 결단을 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이는 정당의 논리가 필요치 않는 의원 개개인의 소신과 철학의 문제다. 어떤 일이든 반대는 있을 수 있다. 시끄러운 게 싫어서 할 일을 하지 못한다면 의회에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윤봉현 (전 마산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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