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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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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경남제조업 - 지속성장 길을 묻다] ③ 공기압축기·연료전지 생산기업 ‘범한산업’

독보적 기술력에 과감한 투자로 연관 분야 공략
국내 선박용 공기압축기 점유율 1위

  • 기사입력 : 2018-12-1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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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소재 범한산업(대표이사 정영식)은 지난 30여년간 공기압축기 제조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지난해 매출이 350억원, 국내 잠수함·선박용 공기압축기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왔으며, 최근에는 선박용 전력 및 통신케이블을 제조하는 베트남 현지공장을 인수해 선박용 케이블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도 했다.

    범한산업이 공기압축기 제조기술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면, 이제 ‘수소연료전지’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범한산업이 선택한 ‘지속성장의 길’을 따라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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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한산업 정영식 대표가 회사 간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관성 있는 분야로 진출한다

    수소연료전지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를 압축해 이를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소음 발생이 없고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의 배출이 현저히 낮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범한산업이 ‘수소연료전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군수용 압축기와 공기불요추진체계(AIP) 주변장치를 공급하면서다. 범한산업은 자사가 보유한 수소를 생산해 압축하는 기술과 연료전지의 ‘연관성’에서 가능성을 봤고, 곧바로 움직였다. 범한은 2015년 5월 GS칼텍스의 연료전지 사업 부문을 양수해 연료전지 사업에 진출한다. 범한이 보유한 압축기 유체제어 기술과 GS칼텍스의 연료전지 기술을 결합해 점수함·선박용 연료전지 제품을 개발했고, 지난 9월에는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3000t급 차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의 공기불요추진체계에 범한산업의 연료전지 4대가 탑재됐다. ‘도산안창호함’은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설계·건조하는 차기 잠수함 ‘장보고-Ⅲ’의 1번 함. 나머지 8척에도 범한의 연료전지가 탑재된다.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한다

    하지만 앞서 건조된 ‘장보고-Ⅱ’ 6척에는 지멘스의 연료전지가 탑재됐다. 이전까지 선택지는 지멘스의 전지뿐이었기 때문. 전 세계적으로 잠수함에 수소연료전지가 적용된 것은 독일 지멘스에 이어 범한이 두 번째. 즉, 전 세계에서 잠수함용 연료전지 기술을 보유하고 상용화·상품화에 성공한 업체는 지멘스와 범한 뿐이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는 범한산업에게도, 우리나라 군수시장에도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독자기술을 국내 기업이 보유함으로써 내수시장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함과 동시에 세계 군수용 연료전지 시장 진출 또한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범한은 현재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의 군수용 연료전지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작지만 큰 시장을 노린다

    범한산업이 가능성을 엿본 곳은 군수시장뿐이 아니었다. 군수용 연료전지 개발 기술을 기반으로 민수시장을 파고들었다.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 개척에 뛰어든 것. 건물용 연료전지는 공공건물이나 대형건물에 도시가스나 수소를 연료로 난방과 전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해 건물 유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쓰인다.

    현재 범한산업은 현대제철의 건물용 연료전지 사업 부문을 양수해 막바지 작업 중이다. 지난해부터 양수작업을 시작해 올해 상반기에는 인력을 파견해 기술이전을 완료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체 보유기술을 적용한 연료전지 시스템을 설계 중이다. 150㎾급의 잠수함용 연료전지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제성 등을 보완해 경쟁 우위 제품을 출시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정영식 대표는 “10여년 전 GS, STX, 코오롱, 현대제철 등 대기업이 수소연료전지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생각만큼 시장규모나 수익성이 크지 않아 상당수의 기업이 손을 뗀 상태로, 이 부문을 범한이 양수해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섰다”며 “민수용 연료전지 부문에서는 첫발을 내딛는 것이지만 한국가스안전공사(KGS) 인증과 KS 인증을 획득하고, 스웨덴의 파워셀과 연료전지 분야 업무협약을 맺는 등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갈 계획으로, 2~3년 내 건물용 연료전지 부문 매출 목표액은 200~300억원이다. 범한은 굴삭기 등 건설중장비용 연료전지 개발도 병행 중이다. 굴삭기에 저소음, 고효율 연료전지 적용을 시도하는 국책과제인 ‘2t급 전동식 건설중장비용 연료전지 파워팩’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유럽 등지에서 2020년 이후 건설중장비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는 허용기준이 발효될 전망이라, 건설중장비 분야에서 연료전지의 수요는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범한산업은 내다보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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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한산업 정영식 대표가 수력발전소의 터빈 제어용으로 사용되는 100마력급 고압(350bar) 공기압축기 앞에서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전강용 기자/

    범한은 현재 2021년까지 진행되는 ‘이동형 수소충전 시스템’ 개발 국책과제에도 참여 중이다. ‘이동형 수소충전 시스템’은 수소충전장치를 이동형으로 만들어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손쉽게 수소를 충전할 수 있게 한 기술로, 민수와 군수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초기 1단계를 진행해 수소생산 저장 기술을 확보했고, 이동형 트레일러에 탑재될 시스템은 올해 안으로 제작을 완료할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 개발뿐 아니라 충전장치 개발까지 범한의 기술력이 미칠 수 있었던 가장 큰 토대는 ‘공기압축 기술을 매개로 연관분야를 공략해 수소연료에 관한 일관된 시스템을 구축해 상품화하겠다’는 오랜 계획을 밑그림으로 사업을 차츰 확장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영식 대표는 “초고압 압축기 분야 제조능력을 강점으로 삼아 수소압축기 국산화, 수소생산 개질 기술, 저장기술, 나아가 충전기술까지 풀 패키지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수소전지 개발과 충전 개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는 적극적으로 한다

    현재 범한은 서울 마곡단지에 연료전지 연구를 위한 R&D센터 ‘범한기술원’을 건설 중이다. 부지 5000㎡, 건물 1만5500㎡ 규모로 지난해 말 착공했다. 내년 말 완공되면 대전에 있는 연료전지 연구소가 이곳으로 옮겨오게 된다. 범한기술원에 투입된 금액만 500억원, 100여명의 직원 중 35명이 연료전지 연구인력일 정도로 투자에 공세적이다.

    정영식 대표는 “도내 제조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런 중에 범한이 신사업에 진출하면서 고용을 늘리고, 연구소를 짓는 투자를 감행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며 “그러나 작지만 다소 도전적인 범한의 노력에는 지역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고자 하는 상생이라는 가치가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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