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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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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생인권조례와 인권교육- 최선경(양산고등학교 교사)

  • 기사입력 : 2018-12-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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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교사인 나는 인권 감수성이 높은가? 중간 정도 될 것 같다. 나는 학창 시절에 학생의 인권에 대해 배워 본 적이 없다. 대학 시절 교육학 시간에는 교육 현장에서의 학생 인권에 대한 인식보다 아동의 발달 단계 등 학자들의 이론을 암기하기에 바빴다.

    18년 남짓 교사생활을 되돌아보면 반성할 일이 참 많다. 한동안 체벌을 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고 자율학습과 방과 후 수업 등에서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았고, 정해져 있는 학칙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고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만약 학생인권조례와 같이 당연하고도 선언적 의미의 인권을, 그리고 구체적인 상황에서의 인권 보장을 명시한 법이 있었다면 학교 현장에서 불필요한 갈등 상황을 줄이고 보다 교육적 차원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을까?

    고교 1학년은 올해부터 새로운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통합사회 교과서에 대단원으로 ‘인권보장과 헌법’이 있고 ‘인권의 의미, 인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노력, 국내외 인권 문제와 해결방안’을 다룬다. 또 사회문제탐구 교과서에는 사회적 소수자(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민, 장애인, 성적소수자) 차별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사회적 합의에서 비롯된 어쩌면 가장 보수적일 수 있는 교육과정에서 헌법과 인권을 중요하게 다루고 배우도록 한다. 그렇다면 인권 단원에서 자연스럽게 ‘학생 인권’을 다뤄야 하지 않을까? 나의 인권, 나와 다른 생각과 상황에 있는 친구들의 인권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는 것이 인권교육의 시작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한 헌법이 있다면 지방 차원에서 학생 인권 조례가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경남학생인권조례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학생의 자유권을 보장할 것, 특정한 상황을 이유로 학생을 차별하지 않을 것, 학칙을 정할 때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할 것, 침해된 인권을 보장하고 개선해 나가기 위한 기구를 운영할 것. 구체적으로 두발 등 용모와 복장, 휴대전화 사용 등에 있어서는 자율성 보장이라는 원칙하에 학교 현장에서의 상황을 고려하여 그 제한 사항을 학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법을 만들 때는 그 내용뿐 아니라 절차에 있어서 정당성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더디더라도 당사자들이 함께 얘기하고 설득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꼭 있어야 한다. 경남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학교 구성원들이 당사자인 학생들의 인권을 공부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 학교의 인권적 상황은 어떤지, 교사인 나는 학생들의 인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학생들은 무엇을 보장받고 배워야 하는지를 알아가는 좋은 기회. 나의 인권, 내 주변 사람들의 인권에 대해 고민할 때 공허하지 않은 배움이 일어날 것이다.

    최선경 (양산고등학교 교사)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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