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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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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깃든 삶의 지향점

이우걸 시조시인, 3년 만에 신작 ‘모자’ 펴내

  • 기사입력 : 2018-12-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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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녕 출신으로 45년간 시조 문단을 일궈온 이우걸(71·사진) 시조시인이 새 책을 내놓았다.

    이 시인은 문단에서 흔하지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생전에 작품 전집을 내고 19명의 동료시인이 작품연구집을 공동집필했다. 또 시인의 이름을 딴 낭송대회가 열리고 그의 작품을 내걸은 문학관까지 세워졌다. 스스로 인생이 저녁 무렵에 접어들었다는 시인은 여전히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 시집은 시선집을 포함하면 18번째 시집이고, 순수 창작으로는 11번째 시집이다. 그럼에도 시인은 책 머리에서 “책에 실린 작품들은 어떤 꿈에 젖어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쓸 것이고 쓰고 싶은 많은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3년 만에 나온 신간 ‘모자’에는 4개 갈래에 총 57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작품들에는 시인의 인생 연륜과 문학적 깨달음이 녹아 있다. 때문에 시인은 ‘침대’, ‘휴대폰’ 등 지척에 닿는 소재로부터 존재의 본질에 대한 성찰과 탐색을 이끌어내 시를 전개한다. 시집 해설을 맡은 김경복 경남대 교수는 “삶을 꽤 살아본 이 시점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실존적 삶의 지향에 대해 자문하고 탐구해가는 모습은 진지하다 못해 애잔한 형상을 띤다”고 평했다.

    1 모자의 내면을 다 읽는 사람은 없다/모자는 모자니까 그저 쓰고 있을 뿐이다/그러나 그저 단순히 모자인 모자는 없다/튼튼한 방패거나, 섬세한 장식이거나, 눈부신 휘장이거나 또 하나의 가면이거나…/수많은 필요에 의해 모자는 태어난다//2 오늘 아침에 세수를 하다/속이 빈 머리를 보고/내 허전을 달래기 위해 백화점에 나와서/비로소 모자를 본다/모자를/읽어본다 -‘모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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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걸 시조시인.

    표제시인 ‘모자’ 속 화자는 머리숱이 줄어드는 중년으로 상실과 결핍의 정서가 드러난다. 그러나 시인은 결핍의 상태를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자’로 채워짐을 노래한다. 이에 대해 김경복 교수는 “‘속이 빈 머리’와 ‘모자’로 통합된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란 인식이다”며 “이런 점에서 이 부분은 노자적(老子的) 인식, 비워지는 것이 채워지는 것이다란 생각을 품게끔 한다”고 해설했다.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시인은 중앙시조대상, 가람시조문학상, 이호우시조문학상, 김상옥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경남문인협회장,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문예지 ‘서정과 현실’ 발행인, 노산시조문학상 운영위원장, 우포시조문학관장을 맡고 있다.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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