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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는 다수-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18-12-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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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삼락회는 교직을 퇴직한 사람들의 단체다. 몇십 년 동안 오직 교육을 위해서만 몸담아 왔기 때문에 전 회원들은 일거수일투족을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이번 경남학생인권조례 내용에도 찬반과 장단점이 있고,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교육삼락회의 입장을 밝힌다는 것은 찬반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전 회원의 이름으로 신중을 기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삼락회 정관 3조 2항에 의하면 정치적인 문제에는 참여를 못하게 되어 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문제와 관련해 어떤 단체에서는 어용단체라고 모욕적인 언사를 써는가 하면, 비겁하게 익명으로 협박까지 하는 단체도 있었다. 말하지 않는 다수를 비겁하다고 폄하하는 걸 보고, 찬반에 참여하는 소수를 어용이라고 말해도 괜찮을까? 용어의 선택이 아주 중요하다. 어떤 특정 단체를 싸잡아 비겁하다는 표현은 한 번 더 생각할 문제다. 단언하건대 교육삼락회는 볼썽사납게 이전투구하는 모습에 개탄스러움을 금치 못하며, 어느 한쪽을 편견하지 않으며, 그리고 몇 사람의 의견을 전체의 의견인 양 대변하지도 않을 것이다.

    최근 경남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경남학생인권조례 공청회에서 공청회장이 몸싸움과 고성이 오가며 난장판이 되었다는 기사를 읽고, 퇴임한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만감이 오갔다. 현 정치판이 어지러우니 신성한 교육 현장까지 물들고, 특히 어린 학생들 앞에서 성인들이 추태를 보인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학생인권조례는 경남이 다섯 번째인데 내용을 비교·분석해 보면 대동소이하나, 문제 되는 항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조례를 찬성하는 쪽은 학생들의 참여권·평등권·건강권·소수 학생의 권리 보장 등을 들고 있는데, 반대쪽은 학생인권조례 자체가 옥상옥이며 학교에서 학생을 위한 교칙이 있고 내규가 있는데, 특히 평등권의 제16조, 17조의 차별의 금지 조항을 제정할 필요성이 없다는 논리다.

    이 정부 들어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한다는 공론화·공청회가 일반화된 것 같다. 특히 청와대의 국민청원코너를 찾는 사람이 하루에도 몇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얼마 전 대학 입시문제로 몇달 동안 의견 수렴을 거쳐 공청회를 해도 좋은 결론을 얻지 못하고, 갈등만 조장시켜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 혹평을 하는 사람도 많았으며,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영국 메이 총리의 ‘훌륭한 리더십이란 쉬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결정을 내려 주는 것’이란 말을 예사롭지 않게 되뇌게 된다.

    학생인권조례는 공청회에 앞서 공론화가 더 중요하다. 당국에서도 1차 공청회 이후 몇 차례의 공청회와 충분한 공론화 과정에서 첨삭하고 수정·보완하여야 할 것이다. 사안의 중차대함을 생각한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많은 사람의 의견 수렴과 토론과정을 거쳐 공청회에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의사 결정을 하는 성숙된 절차와 문화가 아쉽다. 공청회를 일부에서는 책임 회피용으로 악용하는 경우는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공청회·세미나 등에서 말하지 않고 경청하고 침묵을 지키는 비겁하지 않은 다수가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허만복 (경남교육삼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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