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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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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480)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150

“인생은 짧아요”

  • 기사입력 : 2018-12-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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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려화의 가슴에 엎드렸다. 등려화가 두 팔로 김진호를 껴안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이 김진호의 가슴에 짓눌려졌다. 김진호는 천천히 가쁜 숨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격렬한 사랑이 끝났다. 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은 격렬한 사랑이었다.

    등려화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내연의 여자, 정부라는 말을 좋아하는 여자. 어쩐지 퇴폐적인 어감을 갖고 있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는 여자, 등려화의 가슴은 부드럽다. 가쁜 숨을 진정시킨 김진호가 등려화에게 키스를 했다. 그는 일어나서 담배를 피우려고 했다. 그러자 등려화가 김진호를 더욱 바짝 껴안았다.

    “꼼짝 말아요.”

    등려화의 말에 다시 키스했다. 김진호는 웃음이 나왔다. 창밖은 어둠이 내리고 도시에 불이 들어오고 있다.

    “좋아요?”

    등려화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다.

    “좋아.”

    김준호가 다시 입술을 포갰다. 두 개의 몸뚱이가 서서히 식어갔다.

    “우리가 이러고 있는 게 얼마나 오래 계속될 것 같아요?”

    “무슨 소리야?”

    “인생은 짧아요.”

    “사람이 왜 태어나고 죽는지 모르겠어요. 인생이 허망하지 않아요?”

    “섹스를 즐기면서 살아요. 죽으면 다 부질없잖아요?”

    “갑자기 왜 그런 소리를 해?”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요.”

    등려화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갑자기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배경에는 무엇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김진호는 등려화에게서 떨어져 몸을 일으켰다. 머리맡의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등려화가 일어나서 욕실로 들어갔다. 김진호는 담배를 피우면서 사업에 대해 생각했다. 이제는 사업을 확장해야 할 때다. 서경숙으로부터 자금을 또 지원받았으나 아직도 흑자 경영은 쉽지 않았다. 약간의 흑자도 투자금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씻어요. 물 받아 놨어요.”

    욕실에서 나온 등려화가 말했다. 김진호는 담배를 끄고 욕실로 들어갔다. 텔레비전에서는 청나라시대를 다룬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었다.

    ‘따뜻해서 좋네.’

    김진호는 탕속에 들어가 누웠다. 탕속에 누워 사업에 대해 생각했다. 등려화가 욕실로 들어왔다.

    “씻어 줄까요?”

    “아니야.”

    “나도 들어갈래요.”

    등려화가 탕 속으로 들어왔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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