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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장들, 교육감에게 반기(?)

  • 기사입력 : 2018-12-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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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전 도교육청에서는 이례적으로 교육감 주재로 경남지역 18개 교육지원청 교육장 긴급회의가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날 교육장 긴급회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 11월 27일 도교육청이 초등학교 교장 500여명을 초빙해 창신대학교에서 가진 민주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리더십 연수 때 발생한 문제가 주된 안건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연수는 학생인권조례안 제정이 추진되고 있고, 그동안 박종훈 교육감이 민주적 학교문화 조성을 강조한 데 따른 일선 교장들의 역할을 당부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연수 당일 교육감이 도착했을 때 강당에 모인 교장들은 모두 뒤편에 앉아 있었고 앞과 중간 좌석은 거의 비어 있었다. 교육감이 앞으로 당겨 앉을 것을 요청했지만 자리를 옮긴 교장은 소수에 불과했다. 교육감의 잇단 요청에도 교장들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연수는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 연수 후 교육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교장과 관련한 박종훈 교육감의 정책에 교장들의 반감이 표출된 것이 아니냐는 뒷얘기가 흘러나왔다.

    박 교육감은 지난 8월 민주적 학교문화 혁신을 위해 교장 자격 미소지자도 교장이 될 수 있는 교장공모제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 교육감은 교장공모제 확대 이유에 대해 “우리 교육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 극복해야 되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민주적 학교문화 조성인데 그 핵심요소가 교장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하고, 그 혁신동력을 교장공모제에서 찾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격을 가진 교장선생님과 자격을 소지하지 않은 공모교장선생님이 똑같은 조건에서 누가 더 학교를 잘 경영하는지, 공정하게 경쟁을 한번 해야겠다”면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자격을 미소지한 교장선생님이 학교경영을 더 잘하신다면 지금까지의 교장 자격제도는 없어져야 할 적폐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일선 교장들이 학교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적폐일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또 박 교육감이 최근 열린 초·중등교장 연수에서 교장들에게 모범을 보이라는 의미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수업하라고 주문하면서 교장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연수 장소는 1200명이 들어가는 곳이었지만 500명만 수용하면서 빈자리가 많았다. 비록 단순한 해프닝일 수 있지만, 교장들이 교육감이 내놓은 일련의 정책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으로 비쳐질 수도 있어 보인다.

    이현근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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