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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뛰는 보이스피싱, 깊은 관심이 막는다-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8-11-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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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칼럼에서 보이스피싱의 피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조심해야 된다고 강조했지만 속지 않는 마음가짐을 취하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최근 도내 한 중소기업인이 보이스피싱에 속아 오후에 돈을 송금한 뒤 곧바로 수사기관을 통해 해당계좌의 지급정지 요청을 했으나 은행에서 받아지지 않아 하룻밤 사이 900여만원이라는 금액이 빠져나갔다. 몇 시간이 흐른 뒤 사기를 당했다고 알아차린 뒤 은행에 해당계좌의 지급중지 요청을 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경찰도 지급정지 요청을 했으나 허사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300여만원만 빠져 나간 상태였다. 나머지 약 600여만원은 새벽 내내 7차례에 걸쳐 빠져나갔다. 피해자가 자신의 돈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속이 얼마나 탔겠는가. 그러면서 공권력도 듣지 않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허탈했겠는가 싶다.

    피해자는 젊은 사장이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밝힌 보이스피싱 피해 연령층 중 20~30대가 많았다는 통계수치를 봤을 때 설마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 젊은 사장은 해외 바이어의 이메일이 해킹된 것을 모르고 그동안 해외 바이어와 거래를 해왔던 터라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를 수사해오면서 경찰이 지급정지 요청을 거절한 금융기관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은행은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려는지 모르지만 너무 무책임한 처사라 여겨진다. 지켜주어야 할 고객을 그렇게 애원을 해도 내팽개친 꼴이다.

    ‘세상은 참 믿을 놈 없다’라는 유머가 있듯이 세상은 점점 믿을 만한 것이 없어지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친구를 속이고, 보이스피싱이 멀쩡한 사람 망가뜨리고, 은행도 못 미더워지는 느낌이다. 안타까울 뿐이다.

    말이 나온 김에 금융감독원이 밝힌 보이스피싱 통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등 사회문화가 첨단화돼 보이스피싱에 속지 않을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지만 사실은 정반대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1~8월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지난 한 해 피해액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말 기준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633억원. 지난해 1년간 피해액 2431억원보다 200억원이 초과한 것이다. 특히 젊은 층이 쉽게 속아 넘어갔다는 통계가 믿기지 않는다. 올 상반기 20~30대 젊은 층 피해액이 전체의 24%로 노년층 19.8%보다 훨씬 많았다. 그것도 이들은 ‘경찰 등 정부기관이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 준다’는 보이스피싱의 속임수 최하 등급이라 할 수 있는 말에 속아 넘어간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기사건이 늘어남을 감안하면 앞으로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더 늘어날 소지를 안고 있다. 그 수법이 나날이 진화되고 있음을 볼 때 은행측의 관심도 동시에 커져야 한다. 뛰는 보이스피싱을 저지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은행의 깊은 관심이다.

    우리 일반 서민들은 어려운 경제생활 속에 한 푼이라도 더 아끼고, 모아 보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 보이스피싱에 휘말려 힘들게 모아둔 재산을 날리면 안 되지 않은가. 본인, 은행, 경찰 등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강준 (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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