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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업은행, 보도 전에는 왜 피해자 외면했나

  • 기사입력 : 2018-11-2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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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사기관의 보이스피싱 계좌 지급정지 요청을 거절하고 늑장 대응으로 피해액을 키웠던 기업은행의 사례에 대한 기사가 나간 후 기업은행 홍보실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했고 피해 보상에 대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피해자인 창원의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지난 8월 이메일과 전화통화 등 보이스피싱에 속아 943만5000원을 기업은행 계좌로 송금했다.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지급정지 요청을 했으나 기업은행은 A씨의 신고에 따른 경찰의 지급정지 요청도 거절했다.
    메인이미지사진출처 /픽사베이/

    은행은 이튿날 뒤늦게 지급정지를 걸었지만 그 사이 피해 금액은 집중적으로 인출됐다. 약 1000만원은 적지 않은 돈이고 더욱이나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A씨에게는 자금 회전상 기업 운영에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는 수많은 날을 잠 못이루며 피해 금액을 막지 못한 책임에 대해 기업은행에 피해구제를 호소해 왔다.

    보도가 나가기 전까지 기업은행은 책임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처음부터 피해자의 목소리에 경청할 수는 없었을까. 기업은행은 보도 내용에 ‘기업은행’이라는 실명을 밝혀야 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답을 얘기하자면 ‘그렇다’이다.

    기업의 이미지는 중요하고 개인의 피해는 묵과해도 되는 것인가. 경찰은 기업은행의 대처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수사기관의 요청을 거부한 사례는 전무후무할 뿐더러 경찰의 지급정지 요청을 받아들였다면 은행으로서는 오히려 책임 소재 부담을 덜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급정지 요청을 거부한 것이 내부적 시스템의 잘못인지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않아 알 수 없지만 기업은행은 이번 일을 계기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당장의 기업 이미지를 걱정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일이다.

    메인이미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진화하고 있는 보이스피싱은 누구나 피해 대상이 될 수 있다. 대부분 보이스피싱은 국내보다 국외발 범죄가 많아 국내 금융기관의 피해 예방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은행의 존재 이유는 그 은행을 이용하는 금융소비자이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금융기관은 존재 이유가 없다.

    김용훈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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