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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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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대충 살자-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18-11-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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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창시절부터 대충 산 적은 없는 듯하다. 남들 하는 만큼 공부했고 대학을 갔다. 취업 후엔 결혼하고 아이 낳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워킹맘으로 살아왔다. 그땐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노력해야 잘 살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너무 지쳤다. ‘남들이 하니까, 남들처럼 열심히 사는’ 것 같아 무기력해졌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됐다.

    ▼‘대충 살자… 양말은 색깔만 같으면 상관없는 김동완처럼, 베토벤의 높은음자리표처럼, 걷기 귀찮아서 미끄러지는 북극곰처럼’ 같이 ‘대충 살자 ~처럼’이라는 ‘대충 살자 시리즈’가 2030세대를 중심으로 SNS를 휩쓸고 있다. 이는 늘 바쁜 일상의 부담과 압박에서 벗어나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보자는 의미로 유행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모두가 잘 하려고, 잘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 시대를 자조하듯 풍자하는 이 흐름에 대해 열정과 노력이 미덕인 사회에 대한 저항 현상이라고 말한다.

    ▼‘대충 살자’는 무의미에서 의미와 즐거움을 찾는 ‘무민세대’의 영향도 크다. 무민세대란 ‘없을 무(無)’에 ‘의미하다’는 뜻의 영단어 ‘민(mean)’을 합친 신조어다. “삶이 꼭 치열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그들은 ‘남들처럼 열심히’ 보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지향한다. 한 취업사이트 설문조사에서 자신이 무민세대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60%가 ‘취업과 직장생활 등 치열한 삶에 지쳐서’라고 꼽았다. 그들에게 ‘대충 살자’는 성공한 삶 또는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고픈 일종의 호소이자 위로인 셈이다.

    ▼‘대충 살자’가 비단 청년들의 외침만은 아닐 것이다. 사회는 열심히, 그리고 완벽한 사람을 요구한다. 하지만 우리들의 열정은 무궁무진하진 않다. 조금 덜 중요한 것은 대충 할 수 있게 여유를 가지자. 여기 대충 사는 비결 7가지가 있다. 거절할 줄 알기, 혼자 다하지 않기, 민폐남·민폐녀 되어 보기, 가끔은 적당히 하기, 기대에 부응하지 않기, 콤플렉스 드러내기, 좋은 사람 그만두기다. 혹시 지금 열정을 불태우다 지치기 직전이라면 주목해 봄직하다.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대충 살아보자.

    강희정 편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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