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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정치하는 엄마들’과 푸른내서주민회 20년- 남재우(창원대 사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8-1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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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나라냐’며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에게 이렇게 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라며 행동으로 실천하는 엄마들이 있다. ‘정치하는 엄마들’이다. 지난해 6월 출범한 비영리 시민단체다. 한국사회의 모순에 대해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내고자 모인 엄마들의 모임이다. 그들에 의해 유치원 비리가 폭로되고, 전국 비리유치원 명단이 공개되고, 사립유치원 비리를 막기 위한 ‘박용진 3법’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의원 박용진이 전면에 있었지만, 그 뒤에 엄마들이 있었던 것이다.

    엄마들의 직접적인 정치참여로 모든 엄마가 차별받지 않는 성평등 사회, 모든 아이가 사람답게 사는 복지사회, 모든 생명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비폭력사회, 미래 세대의 환경권을 옹호하는 생태사회를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 이슈가 사립유치원 비리였다. 지난 1년 동안 비리 유치원의 이름 공개를 요구하며 17개 시도교육청과 140개 교육지원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국무조정실과 인천시 교육청을 상대로 비공개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내기도 했다.

    20년 전 마산회원구 내서에서는 푸른내서주민회가 조직되었다. 경제위기로 한국사회가 나락으로 떨어져 가던 그 즈음에 광려천이라는 하천을 낀 골짜기 동네에 사람들이 밀려들어 왔다. 논바닥 위에 대단위 공동주택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아파트 앞을 흐르는 광려천에는 여자아이 둘이서 ‘아버지께 매운탕을 끓여드린다’며 뜰채를 들고 고기를 잡는 풍경도 있었다. 근대적 산업도시였던 마산, 기계공업도시 창원과는 동떨어진 새로운 주거공간이었다. 원주민과 이주민으로 나누어지기도 했지만, 거의 모든 아파트가 중소형이어서 젊은 이주민들이 많았다. 어려워진 경제적 삶 속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해야 하고,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젊은 부부들이 많았다.

    1998년 10월 푸른내서주민회는 감천초등학교 고목 아래에서 창립되었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사람들이 살 만한 동네를 꿈꿨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일들을 시작했다. 주민들과 아이들과 함께했다. 여름마다 학교 운동장에서 문화제를 개최했고, 별빛 아래서 영화를 봤다. 그래서 광장을 차지하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고, 웃고 떠들고 놀았다. 삼풍대 숲에서 서로의 물건을 교환했다. 푸른 환경도 만들어갔다. 매달 광려천에서 쓰레기를 주웠고, 광려천 옹벽에 그림도 그렸다.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지도 않았다. 재가노인 목욕시켜 드리기, 저소득층 맞벌이부부 자녀 대상 공부방도 운영했다. 잘못된 행정에도 못 본 척하지 않았다. 내서IC 통행료 무료화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통행료 징수 반대를 외쳤다. ‘무상급식 회복운동과 홍준표 지사 주민소환운동’에도 적극 나섰다. 정의로운 사회 만들기에는 어느 큰 도시 못지않았다. 2016년 대통령 탄핵을 위한 촛불시위가 내서에서 개최되었고, 내서지역 사람들의 시국선언에는 800여명이 참가했다.

    ‘정치하는 엄마들’, 엄마들이 조직을 만든 것은 “집단 모성을 바탕으로 모든 아이들과 아이를 돌보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그들이 처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모순을 해결함으로써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엄마만을 위한, 엄마만이 하는 정치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정치였다.

    지역주민들이 주인의 입장에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교육, 환경, 복지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실천하려는 지역공동체를 지향했던 푸른내서주민회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당사자 정치’였다. “국민이 잘나야 한다. 국민이 현명해야 한다. 국민이 무서워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민족 정통성, 민주 정통성, 정의사회, 양심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 했던 전직 대통령들이 이들을 지켜보고 있을지 모르겠다.

    남재우 (창원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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