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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467)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137

“고향을 떠나 어디로 갑니까?”

  • 기사입력 : 2018-1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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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나라는 비참해졌다. 백성들은 도처에서 재물을 약탈당했다.

    ‘전쟁이 끝났으니 우리는 다시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거야.’

    탁융은 나라에서 벼슬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전쟁이 끝나자 예전처럼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나라는 조나라의 백성들이 반란을 일으킬 것을 두려워하여 강제로 이주시키기 시작했다.

    “모두 떠나라. 조나라 백성은 한단을 떠나라.”

    진나라 병사들이 돌아다니면서 백성들을 창칼로 위협했다.

    “고향을 떠나 어디로 갑니까?”

    “한단에서 500리 이상 떠나라! 떠나지 않는 자는 죽을 것이다!”

    진나라 병사들은 무시무시한 명령을 내렸다.

    한단에 많은 땅을 갖고 있던 탁융은 진나라 병사들에 의해 재산을 몰수당하고 강제로 한단에서 추방되어 수백 리나 떨어진 척박한 땅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한단에서 제일 가는 부자인 내가 한순간에 몰락했구나.’

    탁융은 비참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한단을 떠나기로 했다. 한단의 백성들은 길게 줄을 이어 한단을 떠났다.

    한단의 많은 백성들은 진나라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고 한단에서 가까운 가맹(사천성 광원현)에 정착하려고 했다. 언젠가는 한단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맹은 갈대가 무성하고 습지가 많아서 인구가 얼마 되지 않았다. 땅도 척박하여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탁융은 가맹 땅을 두루 살핀 뒤에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는 임공(사천성 공섬현)으로 갑시다.”

    탁융이 부인에게 말했다. 그는 장사를 하기 위해 임공을 다녀온 일이 있었다. 임공이 가맹보다 훨씬 살기 좋았다.

    “임공은 여기서도 수백 리나 떨어져 있잖아요? 거기까지 어떻게 가겠어요?”

    아내가 지친 기색으로 말했다. 그들은 대부호였기 때문에 호의호식을 하면서 살았었다. 수백 리 길을 찬비를 맞으면서 걷고 때로는 눈보라 속에서 걸었기 때문에 고통이 극심했다. 옷은 헤어져 누더기가 되고 양식이 떨어져 굶주렸다. 가맹에서 임공으로 가려고 하자 암담했다.

    “가맹은 토지가 협소하고 땅이 척박하오.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임공의 민산이라는 땅 밑에는 부엉이 머리만한 감자가 자라고 있어서 농사만 지어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굶주리지 않는다고 하오. 우리는 새로운 일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오. 세상이 바뀌고 있으니 우리도 그에 적응해야 하오.”

    탁융은 가맹 땅이 입지가 좋지 않다고 아내를 설득했다.

    “임공에 가면 감자를 심어야 할 텐데 할 수 있겠어요? 당신은 장사만 했던 사람이잖아요?”

    “닥치면 무엇을 못하겠소? 허나 한 번 정착을 하면 다시 떠나기 어려우니 처음부터 좋은 곳을 찾읍시다. 일단 농사를 짓고 다음에 장사를 합시다. 장사가 잘 되려면 사람이 많아야 하고 물자가 풍부해야 하오.”

    “당신의 뜻이 그렇다면 저는 따르겠어요.”

    탁융의 아내는 울면서 말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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