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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들의 조언- 배현준(함양군 감사담당)

  • 기사입력 : 2018-11-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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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초등학교 6학년이던 작은아들이 공직자 부정부패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아빠, 공무원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우리 걱정은 하지 말고 정직하게 공직생활 해요”라고 한 적이 있었다. 보통은 아버지가 아들에게나 하는 상투적인 표현인데, 아들이 공직자인 아버지한테 이런 말을 하다니. 뜬금없는 아들의 말에 당황스러웠지만 덕분에 잠시나마 공무원으로서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과연 내가 공직사회에 있으면서 청렴하게 살아 왔을까.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다른 사람들 눈에 내가 과연 청렴한 사람으로 보였을까가 맞는 말일 것이다.

    ‘청렴(淸廉)’이란 단어를 사전에서는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 주변에는 항상 청렴과 거리가 먼 현상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을까. 그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 원인을 꼽자면 사회의 잘못된 관행들이 나의 일상이 되는 경우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관습처럼 행하고 있는 잘못된 일을 봤을 때, 처음에는 불편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스스로에게 불리함과 답답함을 느끼며 그들과 같아지려는 현상을 나 스스로도 겪어보았다. 옳은 상황이든 아니든 남들과 같아지지 않으면 내가 더 이상해 보이는 현상 때문에 청렴의 실천이 더 어려운 게 아닐까 생각한다.

    두 번째는 대중의 무관심이다. 언론을 통하여 수많은 부패 사례가 사람들에게 전달되지만 청렴하여 타의 모범이 되는 교과서적인 사례들은 자극적인 뉴스에 묻혀 버린다. 늘 살아오던 지금의 방식이 더 편하고, 청렴의 실천은 여러 가지 과정을 더 거쳐야 할 것만 같은 복잡한 생각이 먼저 드는 게 사실이다. 현대인들에게 책에서 배웠던 가치들을 염두에 두고 실천까지 하라는 것은 또 하나의 일거리가 추가되는 것처럼 느껴져 일상 속 청렴으로 끌어오지 못하는 한계에 직면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청렴의 실천은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옳은 길은 남들과 다른 방향이라도 불편함을 감수하며 가야 하고, 늘 머릿속에 기억하면서 실천해야 청렴이 실현되는 것이다. 어렵기 때문에 그 가치를 실천한 성인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게 아닐까.

    오늘도 난 ‘공무원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아들의 조언이 떠오른다. 책상에 있는 아들 사진을 보면서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이자 공무원이 되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청렴의 길은 그렇다. 늘 떠올리며 실천하려는 의지를 되새기며, 청렴한 사회의 기틀이 나의 노력부터 시작되고, 나의 청렴한 삶의 방식이 남에게 영향을 주어 청렴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배현준 (함양군 감사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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